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낮 12시부터 만나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이후 최고위원들이 합류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찾은 것은 ‘친문(친문재인) 끌어안기’ 행보로 분석됐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딴 ‘명문(明文) 정당’을 고리로 단결과 통합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선거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중요하다.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총선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명문 정당’이란 키워드가 다시 떠올랐다. ‘명문 정당’은 이 대표가 2022년 8월 당대표에 선출된 이후 문 전 대통령을 처음 예방한 자리에서 나온 단어다. 문 전 대통령은 식사 중 ‘명문 정당’을 거론하며 “총선 즈음 친문과 친명(친이재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다선 중진들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결단을 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이 대표 피습은) 증오의 정치가 만들었다”며 “민주당이 상생의 정치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세력들까지 힘을 모아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라며 “차기 대선에서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비례연합정당 창당’에 호의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19일 이 대표가 단식 중이던 병원에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약 넉 달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2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피습 사건으로 취소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만나자마자 목 부위 상처를 가리키면서 “자국이 남았네”라며 “진짜 (셔츠) 깃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양산=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