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구하는 소방관(RIT) 확대를” 잇단 순직사고에 목소리

입력 2024-02-05 00:04 수정 2024-02-05 00:04
지난 3일 오전 10시께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故 김수광 소방장과 故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두 청년 소방관이 순직한 것을 계기로 신속동료구출팀(RIT) 도입 필요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특히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동료 소방관들 사이에서 RIT 제도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RIT는 화재나 응급 사고에 대응하던 소방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이들을 구하기 위해 투입되는 팀이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선 경기소방재난본부가 2008년 처음 도입해 시범 운영했다. 이후 각 지역 소방청이 재량으로 RIT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력·장비 등 운영에 편차가 커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를 일원화하고 관련 예산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해부터 중앙 차원의 표준화된 RIT 정규 운영을 위해 연구 용역과 해외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부 소방관을 선발해 캐나다 단기 교육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경우 RIT를 모든 화재 현장에서 필수로 운영한다. 또 소방관에게 소방관 생존구출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소방인력의 효율적 재배치를 강조한다. RIT가 활성화되려면 현장 출동 인원 외에 가용할 수 있는 여유 인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방관 전체 수를 한꺼번에 확 늘리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기준 전체 소방인력 6만6797명 가운데 1만1934명에 달하는 행정직을 줄이고 이 가운데 일부를 현장직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 교수는 RIT와 관련한 특화 교육, 장비 도입 등 예산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그때그때 RIT를 구성한다고 한다”며 “사전에 전문적으로 교육된 RIT를 우리나라도 별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관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 소방청이 지난해 3월부터 두 달간 소방공무원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 증상, 수면 장애, 문제성 음주 가운데 적어도 1개 이상에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이 2만3060명(43.9%)에 달했다. 복수응답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6.5%, 우울 증상 6.3%, 수면 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1회 이상 자살을 생각했다고 밝힌 소방관도 4465명(8.5%)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