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4 이통사’… 첫발 떼기도 전 수익성 의문

입력 2024-02-05 04:04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 지원에 더해 민간 지원까지 요청하며 제4 이동통신사의 시장 안착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막대한 정부 지원에도 제4 이통사의 향후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진행한 5세대(5G) 이동통신 28㎓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4301억원에 낙찰받아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최종 결정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 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세의료원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제4 이통사 찾기 ‘8수’였던 정부가 내건 파격 조건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모습이다. 과거 28㎓ 주파수를 낙찰받았다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를 반납한 통신 3사는 각각 기지국을 1만5000개씩 구축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6000개로 줄었다. 이외에도 정책금융을 통해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간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2일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정호진 삼성전자 부사장을 만나 스테이지엑스가 시장에 조기 안착할 수 있도록 28㎓ 대역을 지원하는 전용 단말기 출시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실제 통신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해당 주파수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는 28㎓ 대역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는 없다.

그러나 민간의 호응이 적기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28㎓ 주파수를 활용하는 스마트폰 출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요가 적은 전용 단말기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에도 정부는 삼성전자에 선출시·후공급 방식으로라도 국내 지원 단말기를 출시할 것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국내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대역”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스테이지엑스는 주력 사업인 ‘기업 간 거래(B2B)’에 더해 정부의 정책 지원 명분까지 살리려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28㎓의 B2C 사업성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28㎓ 주파수는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아 B2C에서 활용하기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스테이지파이브에서 하는 B2C 사업인 알뜰폰 서비스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다.

정부의 꾸준한 정책 지원 여부도 변수다. 28㎓ 주파수 경매 낙찰 금액은 2018년 이통 3사의 낙찰 금액(2050억~2080억원)을 배 이상이다. 정부의 지원 강도가 낮아지면 자금력이 이통 3사에 비해 떨어지는 제4 이통사가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에서 정한 최저경매가 742억원보다 6배가량 비싸게 주파수를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는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