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밥상 물가… 과일·채소 14% 껑충

입력 2024-02-03 04:09

‘밥상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에 신선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가까이 뛰어올랐다. 난방비나 대중교통 요금도 두 자리 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대로 둔화했지만, 서민 체감이 큰 품목들은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다급한 정부가 1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투입해 마트 할인율을 높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고 2일 밝혔다. 월별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기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물가 상승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2%대 물가가 조속하고 확실하게 안착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체 물가는 어느 정도 잡히고 있지만,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먹거리 물가는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14.5%)에 이어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14.4%나 뛰었다. 특히 과일류 상승 폭이 심상찮다. 지난달에 신선과일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5%나 급등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사과는 56.8%, 배는 41.2% 올랐다. 귤(39.8%)과 딸기(15.5%)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과일뿐만 아니라 일부 채소류 가격도 만만찮게 올랐다. 지난달에 파 물가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해 60.8%나 폭등했다.


서민 가계에 크게 영향을 주는 대중교통 요금 등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이면서 고공비행 중이다. 시내버스 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1.7%, 택시요금은 18.0% 올랐다. 지역난방비 역시 지난해 1월보다 12.1%가 뛰었다.

그나마 지난달 전체 물가의 하락세를 이끈 에너지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중동 지역의 불안이 지속하면서 국제유가가 더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 부총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재상승했다”며 “2~3월 물가는 다시 3% 안팎으로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설 연휴가 코앞인 만큼 ‘먹거리 물가’부터 잡을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8일까지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로 투입한다. 기존 590억원에 추가 예산을 더해 품목별 할인율을 최대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유통업계에는 사과·배를 대상으로 하는 자체 할인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할인 효과를 더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올해부터 사과·배 계약재배물량을 대폭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다만 기후변화 탓에 작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정부가 예상하는 효과가 제대로 날지 미지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