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과잉 진료가 이뤄지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혼합진료는 예를 들어 급여 항목(건보 적용)인 물리치료를 할 때 비급여인 도수치료를 유도해 함께 진료하는 행위를 말한다. 혼합진료를 하면 비급여와 함께 급여 항목도 늘어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정부는 건강 유지에 상관없는 의료행위를 하면서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혼합하는 경우 건보 급여 청구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비급여 진료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구조여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키운다. 가격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수익을 좇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를 위해 개원의로 빠져나가면서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급여 진료비는 2010년 8조1000억원 규모였지만 2021년 17조3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혼합진료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금액이 2021년 기준 1600억원 정도”라며 “혼합진료가 맞물린 비급여 부분이 진료비 규모를 증가시키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남용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지 범위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술 제한항목 등은 대통령 직속 전문가 자문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진료 시장을 키운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제도화해 상품을 개발·변경할 때는 반드시 논의를 거치도록 했다.
미용 의료를 의사 외 의료인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톡스나 미용주사 등 의료적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시술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개원의 평가를 통해 진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 면허를 관리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된 내용”이라며 “큰 우려와 함께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인위적으로 개원 진입장벽을 높이고 각종 규제로 의사들을 반강제적으로 고위험·고난도·저보상 진료 영역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정부는 그간 의사 단체가 요구해 온 방안을 대거 수용해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공소 제기를 제한해 의사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다. 또 필수의료의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도 검토한다. 피해구제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의 의료분쟁 과정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전 실장은 “특례법이 제정되면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 환경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행 36시간 연속근무 규정을 축소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올해 우선 추진하고, 3년 주기로 수련 실태조사를 해 전공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