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로 매력 만개 장동윤, “박해일처럼 오묘한 배우 되고파”

입력 2024-02-02 04:04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중 한 장면. ENA 제공

“인생은 알 수가 없다. 내 생애 가장 찬란하고 행복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 된 걸 보면.” 일찌감치 떡잎을 틔웠지만 20년째 떡잎이었던 백두는 자신만의 방법과 속도로 결국 꽃을 피워냈다. 스릴러를 가미한 백두의 청춘 성장기였던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이하 모래꽃)는 가슴 따뜻한 힐링을 선사하며 종영했다.

백두를 만나 자신의 매력을 만개시킨 장동윤은 “백두는 그냥 저한테 완전 찰떡”이라고 표현했다. 약점도 있고, 무심결에 허당기가 튀어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란 점이 본인과 비슷해서라고 했다.

지난 31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윤은 “저도 매사에 똑부러지는 사람은 아니다”며 “백두는 어리바리하고 미운 짓을 하는데도 사랑스러운 게 매력이다. 이런 면을 제가 연기해서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모래꽃’에서 장동윤은 백두 그 자체였다. 태백급 씨름선수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14㎏을 증량했고, 직접 모래판에서 씨름도 했다. 생생한 씨름 장면을 위해 촬영 두 달 전부터 용인대에서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 교수에게 씨름을 배웠다. 안다리, 밭다리, 들배지기, 오금당기기 같은 씨름 기술을 배우고 용인대 소속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장동윤은 “샅바만 맨 채로 노출을 하고 있으니 체구 차이가 나서 대역을 쓰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실제로 들고 업어치기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모래꽃’은 그에게 도전이기도 했지만 위로가 된 드라마였다. 장동윤은 “백두가 ‘이 나이 먹도록 장사도 한 번 못 해보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흘러간 청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백두가 씨름으로 잘 안 되고 사랑을 쟁취하지 않았더라도 꽃이 핀다고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더라. ‘모래꽃’에선 그런 메시지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장동윤은 ‘모래꽃’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20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25세에 데뷔해 8년을 일하면서 휴가를 한 번도 못 갈 정도로 일에만 매달렸다. 그는 “청춘이 영원할 줄 알아서 제대로 못 즐겼다. 너무 먼 미래만 보고 살았다”고 아쉬워했다. ENA 제공

그는 드라마를 찍으며 자신이 지나온 청춘도 돌아보게 됐다. 20대 때는 청춘이 영원할 줄 알아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며 “25살에 데뷔한 뒤로 8년 넘게 일했는데 한 번도 휴가를 가본 적이 없었다. 어린 나이였는데도 나이가 더 많은 사람처럼 먼 미래를 보고 살았다”고 아쉬워했다.

드라마를 계기로 나이대에 맞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했는지 묻자 “그러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다가 결론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장동윤은 대학교 재학 중에 편의점 강도를 검거해 인터뷰를 한 게 계기가 되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비슷한 또래들은 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는 “제 친구들은 저보다 더 성숙하게 산다. 다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아빠가 된 친구도 있다. 그래서 거기에 나를 맞추면서 아저씨 텐션에 맞춰 산다”며 “제 정체성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데뷔 전이랑 다름없이 다닌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장동윤은 배우 데뷔 이래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엄친아부터 악역까지,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했지만 아직 갈증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선한 인상 탓에 악역이 잘 안 들어올 것 같다고 하자 “그렇다. 그런데 오히려 저 같은 얼굴이 악역을 파격적으로 잘하면 훨씬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박해일 선배를 보면 ‘살인의 추억’ 속에서 이미지가 굉장히 맑은데 오묘하지 않나. 범인 같고. 저는 한참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