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1년 늦어지면 추가 부담 수십조원”

입력 2024-02-02 04:03

조동철(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일 “연금개혁이 1년 지체될 때 발생하는 추가적 부담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오는 2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리는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부채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정부부채가 민간부채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정부부채를 키우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민간부채는 시장에 의해 채권자와 채무자의 구조조정으로 정리될 수 있는 반면 과다한 정부부채는 정부의 파산리스크로 이어진다”면서 “극단적으로 국가 주권 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50년 10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도 국가부채 비율이 가파른 속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연금제도까지 개혁하지 못한 채 부족분을 정부부채로 충당하면 2070년 부채 비율이 250%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서는 공적 금융기관 지원이 문제 요인으로 지목됐다. 조 원장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거의 존재가 미미했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미국 등 다수 선진국과 달리 한국 가계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채감축을 겪지 않고 증가해 오기만 했다”고 했다면서 그 배경에 ‘공적 지원 대출’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 보증을 통한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에서 2022년 18%대로 확대됐다. 반면 이런 공적 기관 대출을 제외한 일반 대출은 증가율은 연평균 5% 내외로 명목 GDP 증가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조 원장은 “2022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반 가계대출은 20조원가량 감소했지만 공적 대출은 여전히 13조원 증가했다”며 “이런 정책을 지속한 결과 한국경제의 ‘과잉 부채’ 문제가 잉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