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사역’으로 MZ세대와 소통

입력 2024-02-02 03:04
김지훈 목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주일 코디’ 사진으로 클래식한 코트를 입고 있다. 오른쪽은 김다정 사모가 빈티지 옷을 소재로 올린 주일 코디 모습. 각 SNS 캡처

서울 망우교회 부교역자 김지훈(38) 목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0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는 4년째 매일 1건씩 ‘주일 코디’ 사진을 올린다. 그는 코트를 즐겨 입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주일 코디엔 편하게 보이는 패딩보다는 코트를 추천한다. 혹한기엔 내복 위에 셔츠 그리고 두꺼운 니트 조끼를 레이어드하면 멋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코디가 완성된다.

김 목사가 이렇게 주일 코디를 올리는 이유는 청년들에게 교회 문턱을 낮추고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이른바 ‘패션 사역’이다.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김 목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로 교회가 어려움을 겪다가 2020년 2월 말 문을 닫게 됐다”며 “온라인에서라도 목회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일 코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재미있게 할 수 있고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가 코디라 생각했다. 그의 SNS에서는 코디 정보와 함께 일상의 감상과 신앙 이야기도 첨부한다. 팔로워들의 반응도 뜨겁다.

김 목사는 “크리스천의 경우 만나고 싶다는 분도 많다”며 “아무래도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 담당 목회자가 아니고 SNS 특성상 편하게 신앙 고민이나 기도제목 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비기독교인 중엔 목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많은데 저를 보면서 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며 “더 열심히 해서 복음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사역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망우교회는 2022년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인스타그램 채널 ‘헤븐 케어’를 운영하며 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경기도 동탄 새명성교회 부교역자 사모 김다정(29)씨는 주일 코디 영상을 올린다. 영상 한 편당 조회 수는 50만회가 넘는다. 김 사모는 “주일 코디 콘텐츠로 잃어버린 ‘나’를 찾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나 찾기’는 사모와 엄마 역할에 밀려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사모는 “주일 코디를 통해 자신을 보듬어주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빈티지 옷을 즐겨 입는 김 사모는 빈티지 옷의 매력을 세 가지로 꼽는다. 딱 하나밖에 없고 브랜드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의류 쓰레기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옷 입기를 실천할 수 있다. 겨울에는 레드와 베이지 조합을 추천한다.

주일 코디 업로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사모가 왜 이런 코디를 올리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 사모는 이를 사명감으로 받아들였다.

최근엔 응원 댓글이 많다. ‘저도 자신을 너무 잃어버리고 산 것 같아요’ ‘주님께 예쁜 모습으로 가고 싶어요.’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몰라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지 못하는 크리스천에게 이 콘텐츠가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도구로 쓰임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