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발장 손준성→ 김웅 거쳐, 검찰 정치 중립 정면 위반”

입력 2024-02-01 04:06
손준성 검사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법원은 “손 검사장이 직무상 비밀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누설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 1심 재판부는 31일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검찰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손 검사장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과 불법성이 1심에서 인정된 것이다. 향후 손 검사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뒤집고 무혐의 처분했던 김 의원 재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1심 재판의 쟁점은 당시 야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초안을 누가 작성했고 전달했는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고발장 초안이 대검 내부에서 작성된 점이 입증된다고 봤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가 1차 고발장과 ‘채널A 사건’ 제보자 지모씨 실명 판결문이 전달된 당일에 지씨 판결문을 검색한 점, 2차 고발장에 포함된 판결문을 검색해본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대검 검사들로부터 실명 판결문을 제공받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고발 사주 목적이 검찰 비호에 있었다는 점도 명시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검언유착 의혹’과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제기 등이 동기가 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발장은 검찰 또는 그 구성원을 공격하는 여권 인사를 피고발인으로 삼고 있고,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에 남아 있었던 ‘손준성 보냄’ 문구는 판결의 ‘스모킹건’이 됐다. 재판부는 “‘손준성 보냄’ 부분을 누르면 손 검사장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연락처 화면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장이 주장한 제3자 개입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3자가 설령 존재해도 전달책에 불과할 것”이라며 “실제 제3자가 있다면 손 검사장과 김 의원 모두 그 정체를 충분히 기억할 수 있을 텐데 두 사람 모두 가능성만 언급할 뿐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채널A 사건 제보자로 지목된 지씨 인적사항이 알려질 경우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 또는 수사 진행에 영향을 미쳐 국가 기능이 침해될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이 손 검사장과 김 의원 사이 공모관계를 인정한 만큼 김 의원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공수처는 김 의원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김 의원이 고발장 작성 및 접수와 관련해 손 검사장과 직접 연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고검에는 시민단체가 2022년 10월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이 계류돼 있다.

손 검사장 탄핵 심판에도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손 검사장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최강욱 전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도 재개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2022년 6월 고발 사주 의혹 사실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재판 중단을 결정했다. 고발 사주 의혹 2차 고발장에는 최 전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업무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담겨 있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최 전 의원은 검찰 측 고발 사주로 고발이 이뤄져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해 왔다.

양한주 임주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