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운동권 청산이니 자객 공천 이런 얘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비판했다. 여권이 띄운 ‘운동권 청산론’에 맞서 ‘검찰 독재 청산론’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정부가 불러온 국정 위기를 극복해내겠다”면서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무시한 채 정적 죽이기에만 올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이 ‘민생·전쟁·저출생·민주주의’라는 4대 위기에 처했다”면서 “더 심각한 것은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부가 위기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30분간 읽은 9000자 분량의 회견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12번 언급하며 강도 높게 공격했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시대착오적인 이념전쟁을 벌인 결과 우리 사회는 더 극심하게 양극단으로 치닫게 됐다”면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치인 암살 테러가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에 대한 소위 암살 시도, 정치 테러가 개인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분이 저하고 무슨 사적 감정이 있다고 1년 동안 칼을 갈아 단검을 만든 다음 연습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정확하게 목을 겨눠 칼을 찌르겠나”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권력을 상대를 죽이는 데 사용하게 되니까 국민들도 그에 맞춰 좀 더 격렬하게 분열하고 갈등하고 적대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운동권 청산론’을 띄우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남의 눈에 티보다는 자기 눈에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전쟁방지·평화의 핫라인부터 즉각 복원하라”며 “만에 하나 북풍사건, 총풍사건처럼 정략적 이익을 위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전쟁게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출생기본소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이 대표는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릴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지, 병립형으로 회귀할지를 두고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오는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에서 반도체산업 현장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회견에 대해 “테러는 범죄고, 테러로 정치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거론하면서 “법카 본인이 쓴 것이 맞나”라고 쏘아붙였다.
박장군 정우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