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대 위기를 겪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표정이 어둡지는 않다. 주력인 반도체(DS) 부문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적자 규모는 2조원대로 줄어들었고 D램은 4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반도체의 봄’이 올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확정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7조7800억원, 영업이익 2조82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34.4%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58조9355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4.3%, 84.9% 줄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건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위기를 겪었지만 실적 개선에 긍정적 신호도 나타난 것으로 평가한다. 메모리 반도체가 회복기에 접어든 것이다.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2조1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비해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특히 D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는 전 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였다”며 “PC와 모바일은 재고 정상화가 진행 중이고 고객사 탑재량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도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올해 1분기 전체 메모리 반도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력 무기는 수익성이 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삼성전자 HBM 판매량은 매 분기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40% 이상 HBM 판매량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HBM3(4세대)의 첫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를 고객군에 추가해 판매를 늘렸다. 삼성전자는 “고객 맞춤형 HBM인 커스텀 HBM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품별 생산 조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D램 재고가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정상 범위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9조5500억원, 영업이익 2조62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MX(모바일)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7300억원으로 전 분기(3조3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4분기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