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외감기업) 중 부실기업 수가 4200여개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31일 ‘기업부실예측모형을 통한 2023년 부실기업 추정’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6425개사 중 4255개사(11.7%)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부실기업(3856개사)보다 10.3% 늘어난 수준이다. 2019년(2508개) 이후 5년 새 가장 많은 수치다.
부실기업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직접 설계한 기업부실예측모형을 이용해 부실기업 수를 추정했다. 이 모형은 기업의 자산, 매출액, 부채, 이자비용 등 재무지표를 투입해 재무상태가 정상적인 기업이 부실로 전환될 확률(부실 확률)을 산출하는 모형이다. 모형에 따르면 자산·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정상 기업의 부실 확률은 감소했으며, 부채·이자비용이 늘어날수록 부실 확률은 증가했다.
한경협이 모형을 토대로 외감기업의 평균 부실 확률을 진단한 결과, 부실 확률은 2019년(5.33%)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 7.92%에 달했다. 평균 부실 확률이 증가했다는 것은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지표가 악화됐다는 뜻이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임대업과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부실 확률이 각각 21.4%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교육 서비스업(14.2%), 전기·가스, 증기 및 수도사업(13.9%) 등 순이었다.
부실 확률이 급격히 상승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업의 부실 확률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6.0%로 배 넘게 뛰어올랐다. 한경협은 부동산 경기 침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인한 자금경색을 원인으로 짚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의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금조달 금리를 인하하고, 기업활력제고법상의 사업 재편 제도를 활용한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