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되는 전국 12개 공항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인천과 제주, 김포공항 등을 제외한 주요 공항에 드론을 탐지·식별하고 무력화하는 체계인 안티드론이 구축돼 있지 않아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국민일보 1월 30일자 1·10면 참조)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안티드론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12개 국내 공항에 불법 드론 대응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31일 밝혔다.
정부는 우선 8개 민군 겸용 공항(김해, 청주, 대구, 광주, 군산, 포항경주, 원주, 사천)을 대상으로 올해 안에 불법드론이나 무인기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나머지 4개 민간공항(울산, 여수, 무안, 양양)에 대해서는 2026년까지 안티드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하는 기술과 설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북한이나 불특정 세력의 드론 위협을 사전에 막는 용도는 비슷하다. 향후 민군 겸용 공항은 국방부, 민간공항은 국토부의 주관하에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설비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도 항공분야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30일 서울 김포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불법드론 비행으로 공항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탐지 체계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드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토부의 대응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뒤처진 기술 속도 때문에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민간 드론업체 대표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가 중요시설을 대상으로 한 드론 테러의 위험성을 인지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안티드론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최소 2년은 안보 공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항은 매년 몇천만 명이 이용하는 국가중요시설이다. 안티드론 도입 전까지는 테러의 위협 아래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국토부의 대응이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사전에 갖춰둔 안티드론 시스템으로도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드론 기술을 따라가기 어려운데, 이제 막 예산을 투입해 과거에 개발된 안티드론 장비를 사들이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오는 2026년 일부 공항에 안티드론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그 시점의 탐지 수준을 뛰어넘는 최첨단 드론이 개발돼 공항에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탐지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드론의 기술력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도 하루빨리 정부가 드론 위협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도균 더불어민주당 국방대변인은 지난 30일 서면브리핑을 내고 “2022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상공까지 북한의 무인기가 침범했던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항 등에 안티드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