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대선 국면을 뒤흔든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를 1심 법원이 인정하고 손준성(사진) 검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핵심 간부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현 야권 인사들을 고발하라고 사주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31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그 시도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검찰이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고발하도록 현 여당에 사주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같은 검사 출신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과 관련 자료를 전송한 사실을 인정했다.
손 검사장은 2020년 4월 3일 ‘채널A 사건’ 제보자로 지목된 지모씨 실명 판결문 및 지씨 등에 대한 1차 고발장을, 8일에는 최 전 의원에 대한 2차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직무상 비밀인 지씨의 각종 인적사항 등을 김 의원에게 전송해 누설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총선 선거일 전까지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직선거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조항은 미수범은 처벌하지 않는다. 재판부는 다만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 위반했고 검찰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검사장은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장을 기소했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유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 검사장은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