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는 자국 산업 위주 공약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이차전지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모든 종류의 자동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관세나 다른 수단을 동원해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 노동자와 함께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기도 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도 존폐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고 비판하며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이차전지 기업에 직접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은 대미 교역에서 44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수출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흑자 규모를 키웠다. IRA 발효 후 미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배터리 기업들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RA 폐기나 축소로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들면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이정아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 및 상응 관세 도입을 공약하고, 공화당 역시 상호무역법 및 국경세 조정을 제안하고 있어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선 이벤트 자체가 경기 부양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던 2017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연평균 19.4% 올랐다. 선거가 있던 2016년에도 S&P500 지수는 9.5% 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에는 16.3%, 그의 집권 첫해인 2021년에는 26.9% 상승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세 번의 대선을 보면 정책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경기 사이클은 기대보다 더 강한 반등이 나오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긍정적이던 패턴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