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동의 시대·금융교육 시리즈 잘 다뤄… 대안 제시 있었으면”

입력 2024-02-02 04:04
국민일보 독자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첫 회의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날 정무경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특임교수 등 5명을 제2기 독자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한형 기자

국민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2기 출범식을 열었다. 국민일보는 2기 독자위원회 위원장에 정무경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특임교수, 위원에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의경 소설가,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를 위촉했다. 독자위원들과 독자위 남혁상 간사(편집국 부국장)는 이어진 첫 회의에서 독자위원 활동과 관련한 소감, 전반적인 국민일보의 보도 방향, 신년기획, 저출생 속 언론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민경찬 위원=지면에 어떤 정보를 담을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는 점을 느낀다. 최근 바이든정부가 테일러 스위프트를 모셔가 민주당 지지선언을 하도록 애쓴다는 보도가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전에도 정치적 입장을 밝혀왔는데 왜 유독 그에게 매달리는지, 스위프트가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는 것 등 지면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정보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신문은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김의경 위원=저출생 문제, 간병지옥 기사들을 보면서 더 깊이 알고 싶은데 기사들이 적당한 선에서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사례를 풍부하게 보여준다거나, 양육비 미지급도 사적 제재가 안 된다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자 입장에서 안도할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더 좋았겠다.

△민고은 위원=성폭력범죄와 강력범죄가 결합된 사건에서 기자 시각에 따라 이 사건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지 결정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큼 기자의 시각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작년 12월 ‘40대 성폭행 촬영한 중학생 징역 10년’이란 기사가 있었다. 기사를 보면 피해자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돼 있는데, 형사소송법상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 항소 주체가 못 된다. 법률적으로는 맞지 않는 문장이어서 이런 것도 인식하고 쓰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폐지 줍는 노인 4만여명 월 16만원 번다’는 기사는 현실에 관심을 가진 따뜻한 시각이라 생각했다. 어떤 복지정책이 있는지 많은 정보를 실었다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민호 위원=국민일보를 보면 신문을 잘 만든다. 읽을거리도 되게 많다. 한편으로 크게 보면 국민일보를 어떻게 차별화시킬지 목표가 돼야 한다. 경쟁자가 많으면 자기 색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미션면을 제외한 다른 지면도 경쟁력을 가져야 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지금은 소수의 사람만 신문을 보는데, 신문을 보려면 강력한 효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비판적이어야 하고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기사에 들어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무경 위원장=몇 가지 관심 있게 본 게 신노동의 시대, 금융교육 시리즈다. AI 시대에 노동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MZ세대의 이야기,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다뤘다. 다만 마지막 한 회 정도는 종합적으로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면 훨씬 좋았겠다.

△김 위원=금융교육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옛날에 알바할 때 청약통장 자체를 몰랐다는 40대 아저씨를 봤다. 작가 중에는 집을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7억원짜리 집이면 7억원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줄 알고, 대출을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안 위원=신문사들은 독자들이 원하는 니즈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대표성 있는 독자 풀(pool)을 만들어 그 포커스그룹과 면담을 하는 게 유용해 보인다. 언론학자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누가 봐도 아프게 비판하는 신문이 팔린다. 1부터 10 중에 5 정도로 비판하고 칭찬하면 눈에 잘 안 띈다. 칭찬할 때는 누구보다 더 칭찬하고, 비판할 때는 누구라도 아프게 비판을 해야 눈에 띄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 위원장=중립, 중도가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결국 정파성과 진영을 떠나 A와 B 비판할 게 있다면 모두 비판하면 중도를 지향하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안 위원=저출생 문제는 기획으로 많이 잘 다룬 걸로 기억한다. 중요한 어젠다다. 여기서 국민일보만의 장점이 있다. 오피니언리더를 통해 어젠다가 전파돼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건데 국민일보는 강력한 오피니언리더들을 갖고 있다. 국민일보가 계속 이런 문제들을 다루고 지적함으로써 오피니언리더인 목사님들에게 전달되면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김 위원=제가 난임과 관련된 소설을 썼다. 2030은 임신하려고 안 한다. 근데 막상 40대에 출산하려고 하니까 임신 자체가 힘들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그만큼 안 해주니까 포기한다. 정부 지원 없이 일과 아기 중에 선택하라는 건데 둘 중 하나라도 갖고 있는 건 행운이구나 싶다. 저출생에 대응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와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사례들이 풍성하게 다뤄지면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민고은 위원=시각장애인이 법정에 출석했는데 상대 변호사가 ‘안 보이겠지만’이란 말을 계속하고 다른 당사자끼리만 사건이 진행됐는데도 재판부에 안 좋게 보일 수 있어 이의제기를 못 했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일에 대해 기사를 통해 살펴보고 법원이 어떤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보여줘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런 게 언론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