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당정 갈등과 관련해 “대통령도 저도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과 저의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제가 힘을 합쳐서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해 뭘 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민생이고 거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이후 당정 갈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위원장은 갈등의 불씨가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었다”(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라고 한 뒤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정 충돌의 또 다른 축인 ‘사천 논란’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교하며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고 발언해 또다시 사천 논란이 불거졌다. 한 위원장은 “우리가 승리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우리의 지향과 시대정신을 말할 수 있는 후보를 소개하는 게 안되는 일인가”라며 “그러면 공천이 확정되기 전까지 저는 판사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 근무하는 경비·미화 노동자 10명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한 위원장은 “당사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여사님들을 모시고 간단히 식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공천 신청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4선의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겨냥해 “1960~70년대 막걸리·고무신 선거를 연상케할 정도로 대통령 깃발이 결혼식장, 출판기념회 등에 나타나고 있다”며 “대통령 시계가 (유포됐다고) 신고가 들어온 게 벌써 25건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4대 부적격 비리’(입시·채용·병역·국적)와 ‘신(新) 4대 악’(성폭력 2차 가해·직장 내 괴롭힘·학교폭력·마약범죄)으로 형사처벌 받은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내용의 강화된 기준을 발표했다. 4대 부적격 비리는 공천 신청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가 처벌받아도 공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강력범죄, 뇌물범죄 등 ‘파렴치 범죄’는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천을 주지 않기로 했다. 입시비리, 뇌물범죄 등을 포함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민주당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