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연애 예능의 변주… “자극만 좇는 건 경각심 가져야”

입력 2024-01-31 04:03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솔로지옥3'는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며 시즌4 제작이 확정됐다. 넷플릭스 제공

연애 예능 전성시대다. 조금씩 모양새를 달리한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고 나온다.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출연자들 간의 관계성이나 서사가 부여된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계속 끌어내려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젠가부터 연애 예능은 배턴 터치하듯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 새로운 시즌을 선보인 ‘솔로지옥’과 ‘환승연애’에 이어 ‘솔로동창회 학연’이 방송 중이고, 엠넷 ‘커플팰리스’는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오는 3월엔 ‘환승연애’를 제작했던 이진주 PD가 선보이는 ‘연애남매’가 공개된다. 이날 JTBC가 공개한 올 상반기 예능 라인업을 보면 시니어 세대의 연애를 다루는 ‘끝사랑’(가제)이 6월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솔로’는 2021년 7월 이후 계속 방송 중이다.

단순히 커플이 맺어지는 과정보다 인물 간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커플팰리스'는 스펙을 전면에 내세워 결혼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노린다. 엠넷 제공

새로 등장하는 연애 예능들은 기존에 인기 있는 연애 예능들에 한 스푼씩 새로움을 첨가했다. ‘연애남매’는 ‘환승연애’와 비슷한 포맷이지만 출연자들이 남매라는 가족 관계로 묶여 있고, ‘솔로동창회 학연’은 출연자 모두가 친구라는 관계 위에 다양한 서사들이 얽혔다. ‘커플팰리스’는 ‘나는 솔로’보다 더 전면에 스펙을 내세우면서 결혼이란 목표를 향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

시청자들은 ‘또 연애 프로그램이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느샌가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에 또 빠져든다. ‘솔로지옥3’은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시즌4 제작까지 확정했고, ‘환승연애3’은 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 중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 중이다. 제작자들도 “결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애를 안(못) 하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은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일반인 리얼리티’라는 점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한 연애 예능 제작진은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진짜 감정’을 관찰하는 재미가 타 예능과 비교해 연애 예능이 갖는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의 핵심은 리얼리티에 있다. 연애가 보편적 관심 소재라 더 주목받는 것”이라며 “여기서 확장되면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로 가는 거다. 그걸 미리 엿본 게 ‘나는 솔로’ 16기다. 16기는 연애가 아니라 인간 군상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연애 예능들은 ‘짝짓기’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드라마나 시트콤 같아졌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이 과몰입하며 열광하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을 공략하다 보니 최근 연애 프로그램엔 빌런이 등장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최근 ‘솔로지옥3’에선 이관희가, ‘나는 솔로’ 18기에는 옥순이 빌런으로 주목받았다.

정 평론가는 “리얼리티가 확장해 가다 보면 갈등 상황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궁극적인 자극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면 나중엔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냥 계속 보여주는 데까지 이어질 텐데, 이걸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 방송사 PD는 “일반인 출연자는 갑자기 얻는 유명세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반인 출연자의 자극성을 끝없이 취하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