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전성시대다. 조금씩 모양새를 달리한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고 나온다.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출연자들 간의 관계성이나 서사가 부여된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반인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계속 끌어내려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젠가부터 연애 예능은 배턴 터치하듯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연말 새로운 시즌을 선보인 ‘솔로지옥’과 ‘환승연애’에 이어 ‘솔로동창회 학연’이 방송 중이고, 엠넷 ‘커플팰리스’는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오는 3월엔 ‘환승연애’를 제작했던 이진주 PD가 선보이는 ‘연애남매’가 공개된다. 이날 JTBC가 공개한 올 상반기 예능 라인업을 보면 시니어 세대의 연애를 다루는 ‘끝사랑’(가제)이 6월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솔로’는 2021년 7월 이후 계속 방송 중이다.
새로 등장하는 연애 예능들은 기존에 인기 있는 연애 예능들에 한 스푼씩 새로움을 첨가했다. ‘연애남매’는 ‘환승연애’와 비슷한 포맷이지만 출연자들이 남매라는 가족 관계로 묶여 있고, ‘솔로동창회 학연’은 출연자 모두가 친구라는 관계 위에 다양한 서사들이 얽혔다. ‘커플팰리스’는 ‘나는 솔로’보다 더 전면에 스펙을 내세우면서 결혼이란 목표를 향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
시청자들은 ‘또 연애 프로그램이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느샌가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에 또 빠져든다. ‘솔로지옥3’은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시즌4 제작까지 확정했고, ‘환승연애3’은 티빙 오리지널 프로그램 중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 중이다. 제작자들도 “결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만드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애를 안(못) 하는 시대라고들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싶다는 감정은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일반인 리얼리티’라는 점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한 연애 예능 제작진은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진짜 감정’을 관찰하는 재미가 타 예능과 비교해 연애 예능이 갖는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의 핵심은 리얼리티에 있다. 연애가 보편적 관심 소재라 더 주목받는 것”이라며 “여기서 확장되면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로 가는 거다. 그걸 미리 엿본 게 ‘나는 솔로’ 16기다. 16기는 연애가 아니라 인간 군상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화제가 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연애 예능들은 ‘짝짓기’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드라마나 시트콤 같아졌다는 얘기다. 시청자들이 과몰입하며 열광하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이 지점을 공략하다 보니 최근 연애 프로그램엔 빌런이 등장하는 경우가 늘었다.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최근 ‘솔로지옥3’에선 이관희가, ‘나는 솔로’ 18기에는 옥순이 빌런으로 주목받았다.
정 평론가는 “리얼리티가 확장해 가다 보면 갈등 상황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궁극적인 자극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면 나중엔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냥 계속 보여주는 데까지 이어질 텐데, 이걸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 방송사 PD는 “일반인 출연자는 갑자기 얻는 유명세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반인 출연자의 자극성을 끝없이 취하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