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간 뇌에 컴퓨터 칩 심었다… 첫 환자 회복중”

입력 2024-01-31 04:07
게티이미지뱅크

일론 머스크(아래 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29일(현지시간)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생각만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전날 첫 환자가 뉴럴링크로부터 칩을 이식받았다”며 “환자는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뉴럴링크의 첫 제품은 텔레파시(Telepathy)라고 불린다”며 “생각하는 것만으로 휴대전화나 컴퓨터는 물론 그것들을 통하는 거의 모든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의 이번 칩 이식은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을 승인받은 지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경추척수 부상이나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 등으로 인한 사지 마비 환자를 임상 대상으로 모집했다.

머스크는 “초기 사용자는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스티븐 호킹(루게릭병을 앓은 물리학자)이 타자를 빨리 치는 타이피스트나 경매인보다 더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와 뉴럴링크 측은 칩 이식을 받은 사람과 이식 결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머스크는 “초기 결과는 조짐이 괜찮은 뉴런 스파이크 탐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위스콘신대 중개신경공학연구소 책임자인 킵 루트비히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는 회사가 환자의 뇌로부터 기록을 얻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첫 단계는 BCI를 통해 컴퓨터 커서나 키보드를 제어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그동안 이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람도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해 왔다.

뉴럴링크는 뇌에 2㎜ 미만의 깊이로 칩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칩에는 수십개의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이 부착돼 있는데, 이 전극이 뉴런의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BCI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럴링크의 고문인 스탠퍼드대 신경외과 교수 제이미 헨더슨은 임상 소식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이 기술에 기대가 크지만 승인된 기기가 나오려면 아직 몇 년이 더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뉴럴링크 외에도 블랙록뉴로테크, 싱크론, 프리시전뉴로사이언스 등이 BCI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6년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실험을 해온 뉴럴링크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칩 이식을 받은 원숭이들이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 부작용을 겪었고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