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낮 12시 용산 대통령실 오찬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자 “한 위원장은 이 방이 처음이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이 “처음입니다”라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그러면 이리 와 보라”며 한 위원장을 창가로 이끌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창밖의 주변 건물들을 손으로 짚어가며 소개했다. 한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 대통령의 설명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중식으로 오찬을 마친 뒤 오후 2시쯤이 되자 “집무실에 가서 차를 한 잔 더 하고 가자”고 권했다. 차담의 주제도 민생 현안들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시간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배석한 인사가 “오후 2시37분”이라 답하니 윤 대통령은 “꽤 오래 했네요”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윤 원내대표는 각자 차량에 올라 오후 2시40분쯤 대통령실 청사를 빠져나갔다.
윤 대통령의 권유로 차담까지 이어진 이날 회동은 과거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오찬 회동보다 길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5일 김기현 대표 등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는 별도의 차담 없이 2시간가량 오찬만 진행됐다. 지난해 1월 정진석 비대위 당시 지도부를 초청했을 때도 1시간여간 오찬 회동만 있었다.
대통령실이 오찬을 먼저 제안했다는 점, 오찬 이후 브리핑을 한 형식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의 회동 때에는 회동 이후 주로 여당이 국회에서 브리핑을 했다. 이날은 대통령실도 이도운 홍보수석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20년 넘는 인연이 긴 회동 시간과 차담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우발적으로 발생한 앙금은 다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이번 오찬 회동으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설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용산을 구중궁궐로 만든 것도 부족해서 밀실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선 이동환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