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드론 저고도·장거리 비행 가능… ‘안티드론’ 구축 시급

입력 2024-01-30 04:05
사진=뉴시스

2022년 북한 무인기의 서울 상공 침투에서 봤듯이 북한에서 넘어오는 드론을 최전방에서부터 막기는 쉽지 않다. 국내 기술력이 아직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북측의 드론 테러를 막으려면 결국 주요시설 자체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수천만명이 이용하는 공항의 경우 대형 피해를 막기 위해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설비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드론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최첨단 안티드론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군사분계선 인근 군부대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를 활용해도 북한에서 띄우는 드론을 모두 탐지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드론은 탐지가 어려운 저고도(0.5m~1.0㎞)에서 시속 200㎞로 날아간다. 북한 드론은 500㎞ 이상 장거리 비행도 가능하고, 수십대가 군집 비행을 한다. 특히 북한 드론은 안티드론 시스템에서 나오는 통신 신호를 추적해 파괴하는 전자전 기능도 갖추고 있다.

2022년 12월 북한발 무인기가 대통령실 상공을 침투한 이후 국무조정실은 지난해부터 약 1년간 국무총리 주재 ‘대테러대책회의’를 수차례 개최했다. 회의에는 국방부를 비롯해 경찰청,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료는 “실무자와 민간 드론업체 전문가들이 모여 대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드론을 완벽하게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결론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북한 드론을 무력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드론 무력화 기술인 하드킬과 소프트킬 방식 모두 실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드킬은 그물이나 독수리 등 맹금류를 활용해 드론을 포획하는 방식, 대공포나 레이저건으로 격추하는 방식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 소프트킬은 드론과 조종사의 통신을 무력화하는 통신 ‘재밍’(Jamming·전파교란), 드론을 해킹하거나 드론을 비행 불능상태로 만드는 조종권 탈취 기술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하드킬로 드론을 포획·격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드론이 평균 시속 100㎞를 넘는 데다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킬 방식으로 해당 드론보다 더 강한 세기의 주파수 전파를 발사해 통신을 무력화하는 ‘재밍’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재밍을 사용하면 주변 전체의 주파수가 마비된다. 공항에서 사용하면 관제탑을 비롯해 비행기 전체가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 도심에서 사용하면 휴대전화부터 인터넷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결국 재밍을 쓸 수 있는 곳은 군사분계선 근처뿐이다. 문제는 현재 탐지 기술로는 드론이 구름이나 나무에 가리기만 해도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레이더 카메라로 드론을 확대하더라도 검은 점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정확한 식별이 불가능하다. 이런 기술적 한계는 조종권 탈취 기술로 극복할 수 있지만 이런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 등 몇몇 국방 선진국뿐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공항·항만·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중요시설에라도 안티드론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북한이나 테러 세력이 원전이나 가스 저장소 등의 시설을 목표로 드론 테러를 할 경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긴급테러 상황에서는 국가 통신 마비 상황을 일부 감내하더라도 재밍과 같은 소프트킬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안티드론 시스템이 없는 12개 공항 전체에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약 1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한 민간업체 드론 관계자는 “민간 안보를 위해 드론 대응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