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협상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다음 달 6일까지 매각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HMM 매각은 무산될 예정이다.
29일 IB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인수 측인 하림그룹·JKL 컨소시엄은 현재 ‘영구채 처리 방안’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1차 협상 기한인 지난 23일까지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 시한을 2주 연장했다. 1차 기한 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주주 간 계약 유효성 만료 시점을 두고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과 JKL파트너스는 매각 측에 3년간 잔여 영구채 1조 6800억원어치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또 5년 이후 주주간계약 효력 실효 등을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이 이런 요구를 한 이유는 경영권 방어 때문이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하림의 지분은 38.9%인데 반해 산은과 해진공 지분은 32.8%로 늘어난다. 양측 지분 격차가 6.1%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아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영구채 관련 하림의 요구사항이 수용된다면 하림 컨소시엄은 HMM의 주식을 인수한 후 지분율 57.9%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배당금은 약 2895억원으로 예상된다. 매각 측이 요청을 들어주면 HMM의 현금배당 제한과 일정 기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 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 등의 조항은 5년 뒤 해지된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길어지는 핵심 이유가 ‘영구채 이슈’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과 해진공이 하림의 HMM 인수 자금 조달 계획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림의 자금 조달 계획은 이렇다. 하림이 보유하고 있는 팬오션 유상증자로 3조원을 확보하고 팬오션 보유자금 4600억원과 하림그룹 자금 3조7000억원, JKL파트너스는 자금 5000억원에 필요시 1000~2000억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 대출 2조원을 얹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2조원을 대출받으면 연 이자만 1000억원 이상 나온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이 2조원 수준인데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가를 떨어뜨리게 되고 주주의 피해로 이어진다. JKL파트너스 투자자금 조달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시장 불황과 하림 측이 HMM의 유보금(현금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리스크로 꼽힌다.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동 사이 정치적 이슈로 한때 해운 운임이 폭등했었다. 그러나 이날 기준 해운 운임은 9주간 이어지던 전면 상승세를 멈췄다. 미주와 호주·뉴질랜드 노선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HMM이 다시 실적 부진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HMM이 보유하고 있는 10조원대 유보금을 하림 측이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하림 측은 “그럴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림 관계자는 유보금에 대해 “해운업계 불황에 대비한 자금으로 HMM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