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곳 바라본 尹·韓

입력 2024-01-30 04:04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기 전 창밖 건물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 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식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기준으로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번 회동을 통해 공동전선을 재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찬 회동은 지난 21일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로 당정 충돌이 빚어진 지 8일 만이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갈등 봉합에 나선 이후 6일 만이다. 지난해 12월 26일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 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식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찬 회동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포함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 회동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개선을 위해 당정이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주택과 교통 문제 등 민생 이슈를 강조했다.

이번 회동에서 4월 총선 공천 문제, 김건희 여사 리스크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대응 방안 등 당정 간 갈등 소지가 있거나 민감한 정치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껄끄러운 이슈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회동에 배석한 윤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 관계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식사 자리를 대통령실에서 만들어 초청하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 등은 주택 문제나 철도 지하화 같은 교통 문제 등 다양한 민생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영세기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된 것과 관련해서도 영세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윤 원내대표는 “2월 1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이 문제를 그냥 묵과한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최선을 다해 협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등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피습을 당하는 등 잇따르는 ‘정치인 테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는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대통령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더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정 갈등이 터져나온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천 화재 현장에서 만났으나 진지한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는 판단에 이번 회동이 다시 마련된 것”이라며 “이번 오찬 회동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의 오해는 다 풀렸고 신뢰는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종선 이경원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