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운동권 청산론’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대표주자를 겨냥한 킬러공천을 본격화하는 것과 맞물려 민주당 내 청년·신인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운동권 용퇴, 세대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김지호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2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젊은 후배들 입장에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정도 인지도라면 서울 용산 같은 곳에 출마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홍익표 원내대표 지역구인 중·성동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 부실장은 “‘임 전 실장이 성동구에 등기 쳤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 정도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면 윤석열 정권의 중심에서 한번 맞붙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학생운동권)에 속하는 민주당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도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징적인 사람 한두 명은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곳부터 찾을 게 아니라 험지에 가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국민의힘발 운동권 청산론이 되려 86운동권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한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을 들고나오면서 당내에서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려워졌다”며 “운동권 세대가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 현역들은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용퇴론에 맞서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특별한 역량 없이 세대교체만 외치며 뛰어든 신인들이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붙어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까지 하고 국회에 입성했더니 나이가 찬 것뿐”이라며 “이런 초선 의원에게도 운동권이니 물러나라고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선 이상’이나 ‘올드보이’ ‘586’ 등에 대한 기계적인 컷오프(공천 배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이 불붙으면 공천 심사에서 페널티를 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같은 내홍이 결국 여당 구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운동권 용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일 자체가 한동훈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라며 “여권 전략에 편승해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세력이 민주당에 있는데 이는 총선 승리에 방해가 되는 분열”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