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를” vs “경쟁력”… 국힘발 운동권 청산론에 내홍 겪는 민주

입력 2024-01-30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10 총선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왼쪽) 전 총경, 교사 출신의 백승아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을 소개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운동권 청산론’에 더불어민주당이 내분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주류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대표주자를 겨냥한 킬러공천을 본격화하는 것과 맞물려 민주당 내 청년·신인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운동권 용퇴, 세대교체론이 분출하고 있다.

김지호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2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젊은 후배들 입장에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정도 인지도라면 서울 용산 같은 곳에 출마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홍익표 원내대표 지역구인 중·성동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 부실장은 “‘임 전 실장이 성동구에 등기 쳤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다”며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 정도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면 윤석열 정권의 중심에서 한번 맞붙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학생운동권)에 속하는 민주당 총선 출마 예비후보자도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징적인 사람 한두 명은 2선으로 물러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곳부터 찾을 게 아니라 험지에 가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국민의힘발 운동권 청산론이 되려 86운동권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한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을 들고나오면서 당내에서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려워졌다”며 “운동권 세대가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 현역들은 본선 경쟁력을 앞세워 용퇴론에 맞서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특별한 역량 없이 세대교체만 외치며 뛰어든 신인들이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붙어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까지 하고 국회에 입성했더니 나이가 찬 것뿐”이라며 “이런 초선 의원에게도 운동권이니 물러나라고 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3선 이상’이나 ‘올드보이’ ‘586’ 등에 대한 기계적인 컷오프(공천 배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국민의힘과 혁신 경쟁이 불붙으면 공천 심사에서 페널티를 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같은 내홍이 결국 여당 구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운동권 용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일 자체가 한동훈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라며 “여권 전략에 편승해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세력이 민주당에 있는데 이는 총선 승리에 방해가 되는 분열”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