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사건 수사정보유출, 경찰-언론 처벌 ‘산넘어산’

입력 2024-01-30 00:04 수정 2024-01-30 00:04
마약 투약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해 12월 23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배우 이선균씨 사망 이후 ‘수사 정보 유출’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실제 비밀 정보 유출 증거가 있는지, 수사 등 국가기능이 위협받았는지가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다. 언론사에 정보가 넘겨진 경우 국민 알권리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2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씨 사건을 수사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와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수사 정보 유출로 언론사까지 압수수색 당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은 정보 유출로 수사 기능에 위협이 발생했는지를 처벌 기준으로 본다. 대법원은 “정보의 보호 가치는 내용이 알려져서 국가 기능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29일 “비밀을 유출해 국가 사법 작용을 위태롭게 할 정도가 돼야 처벌될 수 있다”며 “수사기관 내부 조율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 담당자가 외부에 정보를 유출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종종 있었다. 광주지검은 전직 경찰과 법조인 등에게 수사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광주경찰청 소속 경찰에게 지난 25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수사기관 최고위 간부가 처벌받은 과거 사례도 있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2001년 대검 차장 시절 새한그룹 무역금융 사기 사건 수사 정보를 여권 실세들과 가까운 인물에게 알려줘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언론에 정보를 유출해 처벌된 사례는 많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국민 알권리 보장과 언론 자유 차원에서 관련 수사를 자제해온 측면이 있다고 본다. 처벌 사례로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경찰 내사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해 2022년 12월 징역 4개월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된 경찰 A씨 사건이 꼽힌다. A씨는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이 아니었다. 당시 수사에서는 A씨와 기자들 간 통신내역과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대화 등이 주요 증거로 확보됐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언론 관련 수사는) 증거 확보가 어렵고, 언론 자유 측면에서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지 않았던 경향이 있다”면서도 “압수물에서 특정 경찰에게 들었다는 게 확인된다면 혐의 적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묻힐 뻔한 사건을 드러내 국가 기능 정상화에 일조했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법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며 유죄 판결했다. 다만 “새로 수사가 개시되는 등 결과적으로 공익에 부합한 측면도 있다”며 선고유예로 선처했다. 검찰과 A씨가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수사 정보 유출은 피의사실공표죄로도 처벌할 수 있지만, 기소가 이뤄진 적이 없어 사문화됐다는 평가다. 지난 2020년 울산지검이 수사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공표죄로 수사했지만, 기소유예 처분했다. 법령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교수는 “구속영장 청구 등 절차적 부분은 공개하고, 구체적인 진술 내용 등 재판 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공개 불가로 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공개 가능한 피의사실 범위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