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LS 판매 중단되나… 금융당국 “필요성 공감”

입력 2024-01-30 04:05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와 관련해 “판매 경로를 점검한 뒤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키코(환율파생상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ELS까지 파생상품 피해가 반복되자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를 은행에서 팔면 안 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의) 이번 ELS 검사 결과를 보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하겠다. ELS뿐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을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고위험 상품이라고 해도 상품 구조가 간단한 것이 있고 복잡한 것이 있다”며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에 실질적으로 맞는 것인지 등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이 진행하는 ELS 판매 실태 조사에 대해서는 “국민 보시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강한 강도로 검사하고 있다”며 “서둘러 2월 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하나은행 측은 “금융시장 현황과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시중은행의 상품 선정 업무 담당 직원이 일탈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한 시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은행 본점에서 ELS 상품 선정 업무 등을 맡은 A씨는 지난해 6월 ‘청렴 유지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씨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수의 증권사에서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이 확인되면서다. 이에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