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지표 긍정 신호에 큰 의미 부여 말고 일관된 긴축 필요”

입력 2024-01-30 04:07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낮아졌지만 아직 가격조정 모멘텀이 남아 있고 비용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인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일관된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4일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라스트 마일·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라스트 마일은 가격조정 모멘텀과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기저효과로 인해 물가가 안정돼 보이는 단계를 말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착시현상에 속아 정책 당국이 성급하게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섰다가 물가안정기 진입에 실패할 수 있다며 해당 사례들을 소개했다. 미국(1973년) 프랑스(1974년) 그리스(1973년) 덴마크(1973) 등이다.

반면 물가안정 성공 사례를 보면 통화긴축이 상당 기간 일관되게 시행됐고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됐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이런 사례들은 유가 충격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었던 ‘행운’도 있었다. 한은은 물가안정기 진입에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초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한 후 충격 발생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평균 3.2년 걸렸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 상황도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는 낮아지는 모습이지만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라스트마일 리스크가 남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기대 및 품목별 분포를 보면 아직 가격조정 모멘텀이 남아 있는 데다 비용 충격이 추가로 발생할 여지도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정성엽 한은 정책분석팀 차장은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