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과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최근 2년 새 부동산·건설업의 연체액과 연체율이 최대 3배 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기업의 대출 건전성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나이스평가정보의 ‘시도별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니터링 대상 약 58만개 법인의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이 2021년 말 302조73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85조3800억원으로 27.3%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통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부동산업의 30일 이상 연체액은 2조2700억원에서 7조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체율은 0.75%에서 1.82%로 2.43배 급등했다.
건설업에서는 지난해 말 대출 잔액이 118조3600억원으로 2021년 말(88조5000억원)보다 34% 증가했는데, 이 기간 연체액은 76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2.5배, 연체율은 0.86%에서 1.60%로 1.9배 각각 늘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의 대출 부실 정도가 더 심했다. 대출 법인의 본사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업체의 부동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7%로 수도권(1.56%)보다 0.6% 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세종(12.66%)의 연체율은 두 자릿수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울산(6.49%), 강원(5.38%), 대구(4.35%), 전북(4.33%)도 비수도권 평균치를 웃돌았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세종시 등 일부 지역 집값이 수년 전 급등했다가 최근 하락하면서 부동산중개업이나 시행사의 부실 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도 비수도권 업체 연체율이 지난해 말 1.99%로 수도권(1.27%)보다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3.70%), 대구(3.55%), 울산(3.35%), 경남(3.15%)이 3%대 연체율을 보이며 상위에 올랐다.
대출기관별로는 제2금융권의 부실 위험 징후가 뚜렷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부동산업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3.29%로, 은행권(0.30%)의 11배에 달했다. 건설업에서도 2금융권 연체율이 은행권(0.57%)의 4.2 배인 2.40%로 집계됐다.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 속도는 은행권보다 가파르다. 최근 2년 새 부동산업 은행권 연체율이 1.3배(0.23→0.30%)로 오른 동안 비은행권 연체율은 2.72배(1.21→3.29%) 상승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이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