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침체에서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 들었을까. 교세는 점진적으로 회복을 넘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까. 혼란스러운 시대 속 목회자들도 ‘새로운 목회의 길’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국민일보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팀은 최근 김병삼(만나교회) 김주용(연동교회) 안광복(청주 상당교회) 이기용(신길교회) 전창희(종교교회) 황선욱(여의도순복음분당교회·가나다 순) 목사에게 ‘소멸 위기 속 축소되는 교회’ ‘1인 가구·고독사 예방 등 새로운 사역’ ‘교회가 지향해야 할 신(新) 가치’ ‘변화한 시대 속 교회론’ 등을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이같은 질문에 목회자들은 또 다른 질문으로 답을 대신했다. 취재진은 목회자들이 제기한 ‘목회적 궁금증’을 재차 신학자들에게 물어 코로나 이후 나가야 할 목회의 좌표를 짚어볼 예정이다. 목회자들의 고민은 과연 무엇일까.
‘새로운 교회론’을 찾아라
목회자들은 변화의 진폭이 큰 시대에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목회 나침반’에 대한 관심이 컸다.
황선욱 목사는 “코로나 기간 많은 교회가 온라인 사역을 했고, 우리도 ‘미디어교회’라는 이름의 비대면 교회를 세웠는데 이제는 모일 수 있게 됐는데도 여전히 젊은이들이 전부 돌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온라인 시대 예배론·교회론’에 대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고 신학적 해답도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교회 안에 갇힌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5~10년 후를 내다보고 세상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양육하려는 전 교회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불신자들의 마음마저 감동시킬 수 있는 ‘선교적 교회론’을 정립하자는 견해도 제시됐다. 이기용 목사는 “우리만의 리그에 안주했던 고립에서 벗어나 교회 밖의 잠재적 신자인 불신자 마음까지 감동하게 할 선교적 교회론을 따라 사역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초대교회처럼 불신자들에게 칭찬받는 교회로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삼 목사도 교회 중심에서 벗어난 ‘선교적 교회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목사는 “이런 교회론을 ‘하나님 중심적 교회론’이라고 쓴 일이 있는데 이는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 것처럼 교회가 세상을 모두 품고 포괄하는 넓은 개념의 교회론”이라면서 “소멸 시대에 이런 교회론이 선교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교회의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적절한 신학적 해답이 안전한 신앙생활의 보루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광복 목사는 “연예인 자살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지나친 관심, 미국 대선 등 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에 대한 신학적 답이 없다 보니 유튜브 등을 통한 검증되지 않는 정보를 맹신하거나 신천지 같은 이단의 공략에 무너진다”면서 “신학자들이 이런 이슈에 민감하게 답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공성 회복이 회복의 첩경
교회의 공공성이란 교회가 사회와 국가의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걸 의미한다. 선교 초기부터 한국교회가 교회와 함께 병원과 학교를 세웠던 게 교회 공공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교회의 선한 영향력에 관심이 큰 목회자들은 ‘목회와 신학의 협업’을 통한 교회 공공성의 확대를 주문했다.
김병삼 목사는 “성남시장과도 최근 만나 교회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시대에 맞게 ‘노(老)치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교회 안에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더불어 마약 중독 치유 예배처럼 최근 시대에 가장 맞는 예배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왜 교회에만 젊은이가 없지?
전창희 목사는 현재의 회복세에 만족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전 목사는 “다음세대에게 충분한 신앙교육을 위한 시스템이나 교육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회는 급속한 쇠퇴를 경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한다”면서 “코로나를 거치면서 젊은이를 중심으로 ‘설교·예배·교회 쇼핑’이 확산하며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경향이 큰데 섬김과 헌신이 있는 공동체적 신앙으로 어떻게 초대할지 고민해야 미래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주용 목사도 “‘최근 한 통계에서 ‘명목상 그리스도인’이 많아졌다는데 우리 교회만 해도 손님 같은 교인, 예배만 딱 드리고 봉사하지 않는 교인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추세가 젊은이가 없는 교회가 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를 품기 위해 평신도 리더십을 키워 이들을 ‘평신도 사역자’로 세우자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가톨릭연합신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던 일이 있는데 그 수업에서 ‘가톨릭은 절반 이상이 평신도 사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신부 숫자가 줄다 보니 평신도를 훈련해 예전(禮典)의 일정 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우리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목사도 “코로나를 거치면서 젊은 목회자 모시는 게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각 분야에 준비된 평신도 사역자를 사역의 자리로 초청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