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 10대, 정치 이슈 관심 많아… 인정욕구 표출

입력 2024-01-29 04:06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서울 송파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괴한에게 습격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배 의원실이 공개했다. 배현진 의원실 제공

경찰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공격한 중학생 A군(15)의 범행 동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A군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계획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수록 흉악해지는 청소년 강력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A군은 ‘연예인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다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이 배 의원에게 본인 여부를 재차 확인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배 의원은 당시 개인 일정을 위해 서울 강남구의 건물을 찾았는데, A군이 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A군이 평소 정치와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A군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찍은 영상을 같은 학교 학생들의 단체 대화방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태원 참사 현장, 경복궁 낙서 모방범 구속심사 현장에도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이 습격당한 건물의 관리인은 이날 국민일보와 만나 “사건 당일이던 지난 25일 A군이 건물을 계속 기웃거렸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지도 않고 목적지가 없는 것 같았다”며 “눈만 살짝 내놓을 정도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 행색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군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지난 27일로 체포 시한이 끝났지만 응급입원 조치로 A군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구속영장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에게 공범이나 배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배 의원은 27일 퇴원하며 입장문을 내고 “엄정한 법적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군의 범행이 일반적 청소년 범죄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한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는 단독 범행이 많지 않고, 특별한 목적 없이 재미 삼아 이뤄진다”며 “최근 중학생들이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에 소화기 분말을 뿌린 사건과 비교해보면 이번 A군의 범행은 전형적인 청소년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우석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형태적으로는 정치적 테러라고 볼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힘을 과시해 관심을 끌고 싶은 청소년 범죄의 특성도 엿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가현 정신영 백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