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꺼진 불? 대통령 ‘김여사 해명’ 애매하다면…

입력 2024-01-29 04:09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읍 불이 난 서천특화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 수순에 접어든 모양새다. 양측은 민생을 앞세우면서 분란 소지를 없애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갈등 원인 중 하나였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한 위원장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 열렸던 ‘정치개혁 긴급좌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김 여사 사과를 말했나요”라고 반문한 뒤 “제가 드렸던 말씀 그대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8일 전화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남아 있는 두 가지 불씨로 김 여사 논란과 공천 문제가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설 연휴 전에 특정 방송사와의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사과한다면 갈등의 불씨는 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내용에 대해 한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천 진행 상황도 뇌관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전략공천 논란으로 국민의힘에서는 ‘사천(私薦) 논란’이 일었다. 한 위원장이 공천을 통해 ‘자기 세력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용산 공천’ 대 ‘친한(친한동훈) 공천’ 싸움이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건희 리스크’가 예선이라면 공천은 본게임”이라며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사천 논란’ 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향후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과 공정성 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공천 심사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소관이고, 공관위가 올바르게 결정하면 될 것”이라며 공천 갈등 우려 진화에 나섰다.

한편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만, 홍 원내대표가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