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지트워(57·Barbara J. Zitwer)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제적인 출판 에이전트다. 2012년부터 신경숙, 한강 등을 시작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영미권을 비롯한 세계 출판시장에 판매해 왔다. 번역가 안톤 허는 그를 “한국문학의 대사”라고 평가한다. 바버라의 한국 여행기 ‘한국에서 느낀 행복들’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바버라는 지난 22일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당신이 쓴 한국 여행기가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출간됐는지 궁금하다.
“내 책은 영국, 미국,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불가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출판됐고 곧 아랍권에서도 나올 예정이다. 많은 독자들이 내 책에 나오는 한국 요리를 따라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책을 읽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졌다는 독자들도 많다. 내 책을 바탕으로 TV 시리즈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을 여행하는 신경숙과 바바라!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문화를 경험하면서 매력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2012년 1월 첫 방문 이후 다섯 번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 올 때마다 최소 2∼3주 정도 머무르는데, 항상 새로운 곳을 발견한다. 한국에서 나는 탐험가가 된다. 나는 사람들이 고대와 초현대가 혼합된 한국적 감성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국의 책, 영화, 드라마, 패션, 화장품은 이국적이면서도 미국과 세계에 친숙하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영어로 된 책과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들의 예술과 문화를 한국어와 영어의 혼합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인들에게 극도로 매력적인 고유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식,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 가족과 음식에 대한 사랑, 사람들에 대한 관대함 같은 것이 모두에게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K-컬처가 세계를 정복했는데 한국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책에 썼는데.
“이제는 한국인들이 K-컬처가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걸 알았길 바란다. 실제로 K-컬처는 세계 제1의 문화 현상이다. 나는 세계인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던 2012년부터 K-컬처, K-팝, K-코스메틱, K-북, 그리고 ‘모든 K(K-Everything)’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는 오늘날의 모습까지 지켜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화 ‘기생충’은 거대한 국제적 히트작이었고, 이어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가 한국에 열광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은 집에 갇혀 고립됐는 데 이때 TV와 컴퓨터로 스트리밍된 건 K-드라마였고, 그러면서 세계인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대대적으로 발견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K-컬처 붐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나.
“K-컬처는 계속 지속되면서 세계 문화(global pallette)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할리우드에서는 아무도 한국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그리고 모든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한국 회사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을 선물처럼 보고 있다. 한국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와 같다! 출판업계를 보면, 내가 한국문학을 처음 소개할 때 많은 세계적 출판업자들이 나를 아주 이상하다고 여겼다. ‘바버라, 너와 한국은 무슨 사이야?’라고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모든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세계적인 출판사들은 한국 책을 번역하고 출판하고 있다. 갈증은 커지고 있다. 나는 또 K-컬처가 한국 관광 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관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미국인, 영국인 등은 한국을 갈 곳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변하고 있고 변할 것이다.”
-당신이 해외에 소개한 한국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고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과 매우 다르다고 생각했다. 김영하의 책을 미국에서 아주 빠르게 팔고 난 후 다른 책들을 찾다가 신경숙을 발견했다. 그 책은 한국 작가와 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뜨렸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사인 크노프에서 출판됐고,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최초의 한국 책이 되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는 지붕을 뚫고 날아갈 것 같았다. ‘채식주의자’는 한강을 슈퍼스타로 만들었고, 모두가 알고 사랑하는 책이 되었다. 손원평의 ‘아몬드’ 출판은 세계적 현상인데, 나는 여행 중 호텔에서 번역본의 일부를 읽고 완전히 매료됐다. ‘아몬드’는 하퍼콜린스에 즉시 팔렸고 내가 지금까지 판권을 판매한 책들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이 됐다.”
-외국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작가들과 책들이 번역돼 문학상과 격찬을 받고, 읽은 독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그리고 K-드라마가 한국적인 것을 친숙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것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한국 책들은 ‘문학 세계의 연인’이 되었다.”
-한국 책이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세계적인 출판사들은 원고 일부가 잘 번역돼 있어서 그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제시된 한국 책에 관심을 가진다. 또 한국에서 수백 만부 팔렸다거나 LGBTQ(성소수자)처럼 서양인들이 매우 관심을 갖는 주제를 다룬 한국 책에도 관심이 있다. 하지만 해외 출판사에 좋은 번역본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제시된 원고도 번역이 좋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외국 출판사들은 번역이 좋지 않다면 다시는 그 책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독일에 팔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어설픈 번역본을 보고 독일 출판사들이 책을 좋지 않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번역가들과 일하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머지않아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는데.
“왜 안 되겠나. 한국에는 훌륭한 작가들이 너무 많고, 한국문학은 외국에서 점점 더 많이 읽히고 있다.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신경숙, 공지영, 한강이 가장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고 싶다. 이들은 엄청난 인간애와 영혼을 가진 위대한 작가들이고 모두가 수십 년 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나는 요즘 세계 독자들이 읽을 한국 책의 범위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 박소영 소설 ‘스노볼’, 장세아 소설 ‘런어웨이’, 박현주 소설 ‘서칭 포 허니맨’, 이근후 에세이집 ‘100세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김호연 소설 ‘불편한 편의점’ 등 매우 상업적인 한국 책들이 올해 미국과 영국의 메이저 출판사들에서 출간된다. 특히 ‘A Twist of Fate’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장세아 소설은 반탐북스가 처음 구매한 번역서인데, 한국문학을 위한 거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출판사들이 미국과 영국의 베스트셀러와 함께 이런 한국 책들을 출판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책이 정말로 세계 출판시장에 도착했고 더이상 틈새 시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