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타운 초역세권 ‘대장 아파트’ 한 단지가 일반분양에서 90% 넘게 팔리지 않았다.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여기서도 모든 타입이 미계약으로 남았다.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은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 아이파크 자이’ 견본주택에서 잔여 물량에 대한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을 진행했다. 입장 순서대로 현재 남아 있는 가구 중 몇 동 몇 호를 원하는지 고르고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입금하면 곧바로 계약이 성사된다.
신축 아파트를 이렇게 쉽게 내주는 이유는 일반분양에 이어 무순위 청약에서마저 완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 들어서는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전체 3개 단지 4321가구 중 1467가구를 지난해 10월 말 일반공급으로 풀었다. 이때 1, 2단지 1333가구는 남김없이 팔렸는데 3단지만 134가구 중 91%인 122가구가 남았다.
분양 당시 3단지 전용면적 59·84·99㎡ 8개 타입 모두 1순위에서 마감했지만 계약까지 이어진 건 12가구에 불과했다. 3단지 미계약 물량은 이달 초 무순위 청약으로도 털어내지 못하고 모든 타입이 선착순 물량으로 나왔다.
이런 결과는 분양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 누적으로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너무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3단지는 전용 59㎡ 9억5085만~10억389만원, 84㎡ 12억4249만~14억4027만원으로 이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달 전 바로 맞은편에 분양한 3069가구 규모 ‘래미안 라그란데’ 84㎡ 최고가가 10억9900만원이었다.
3단지는 같은 이문 아이파크 자이 1, 2단지보다도 수억원 높게 책정됐다. 2단지 84㎡는 11억37만~12억805만원이다. 최고가끼리 비교해도 3단지가 2억3222만원 더 비싸다. 59㎡만 나온 1단지 분양가는 8억2738만~9억3556만원으로 역시 3단지가 8317만원 높게 매겨졌다. 2단지 59㎡ 최고가(9억4888만원)와도 5500만원 차이다.
가격에 비해 상품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은 계약을 더욱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2개 전철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매머드급 아파트로 주목받았지만 이런 ‘스펙’은 한데 모여 있는 1, 2단지에만 해당한다. 152가구 규모인 3단지는 각각 1996가구, 2173가구인 1, 2단지와 직선거리로도 500m 이상 떨어져 있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타운하우스처럼 저층으로 조성하고 산이 가까워 ‘숲세권’ 입지를 누릴 수 있다”며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시는 수요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분양가 책정 시점에는 청약 열기가 뜨겁다 보니 이 정도 가격이면 완판하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각 단지가 장단점을 다 갖고 있지만 3단지는 아무래도 가격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