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파트너’ 누가 될까… 올트먼 방한에 쏠린 눈

입력 2024-01-26 04:05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방문을 놓고 국내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트먼이 삼성전자, SK그룹 고위 관계자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오픈AI 간 협력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생성형 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하는 AI 반도체에 대한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은 26일 국내 반도체 기업 경영진과 만나 AI 반도체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당초 6시간가량 국내에 머물기로 했다가 면담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정을 10시간 이상 체류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한국에서 여러 면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올트먼은 삼성전자에선 경계현 DS부문장(사장), SK그룹에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과의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들 기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회동 일정에 대해 “확인이 불가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트먼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사피온,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과의 면담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한 기간 중 올트먼의 행보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독점 구조를 깨려는 오픈AI의 야심찬 전략과 맞닿아 있다. 최근 올트먼은 자체 AI 반도체 개발·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투자자뿐 아니라 아부다비의 AI 업체 ‘G42’,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또 미국 의회와 AI 훈련·운영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신규 공장 설립에 대해 논의했다고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미 의회에서 반도체 공장의 장소와 설립 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올트먼은 반도체 제조를 위해 새로운 공장을 직접 짓는 안과, 대만 TSMC와 같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와 협업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올트먼이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심지어 수조 달러를 조달하려는 건 반도체가 AI 기술 발전에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로선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AI 구동을 돕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삼성전자도 HBM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가 반도체 강국인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