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새롭게 맡으면서 그룹 전반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먼저 수펙스뿐 아니라 계열사마다 비용 절감 경쟁이 불붙었다. 줄줄 새는 예산부터 우선적으로 줄이자는 분위기에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일부 부서에서는 개인 경비 처리가 가능한 예산 재량 범위를 70% 이상 대폭 삭감한 곳도 있다. 최 의장은 수펙스 임직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SK텔레콤이나 SK이노베이션 등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열사를 기준으로 책정하던 관행도 갈아엎기로 했다. 예산뿐 아니라 인건비와 인센티브 체계 자체를 뜯어고치는 고강도 긴축 구조조정에 돌입한 셈이다. ‘나부터 한다’ 식의 최 의장 경영 스타일을 아는 임직원은 하루아침에 냉랭해진 회사 분위기에 뒤숭숭한 기운이 가득하다. 최근 ‘CES 2024’ 출장을 준비하다가 재무팀 결재가 나지 않아 각종 위약금을 물어야 했던 직원도 수두룩했다.
SK그룹은 재계에서 선제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는데,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최 의장이 “나는 토요일에 출근하겠다”면서 주말인 토요일에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최 의장은 다음 달부터 격주로 토요일에 전략글로벌위원회의를 소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펙스 임원은 금요일 휴무 계획을 일제히 철회했다. SK그룹은 일반 직원은 주4일제 근무제 시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영진이 최 의장에게 보고할 내용을 관련 부서 임원이 만들어내야 하고 임원이 출근하면 팀장이나 부장은 눈치 보며 출근하는 구조가 불가피해진다. 한 직원은 “고강도 긴축 구조조정 분위기가 꽤 길게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