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5장에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범을 보여주는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에녹입니다. 에녹은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아벨을 대신하여 주신 아들 ‘셋’의 후손입니다. 그런데 에녹의 기사를 읽으며 참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에 대한 첫 소개가 별것 없다는 것입니다. ‘몇 세에 아들을 낳았고 그 후 몇 년 동안 자녀들을 낳았고 그 후 몇 세까지 살았다.’ 이런 식으로 그를 소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니 뭔가 거창한 업적을 소개할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입니다.
에녹은 365세를 살았습니다.(창 5:23) 굉장히 오래 살았습니다. 365세는 오늘날 백세 인생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꿈의 연수(年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에녹 집안의 계보를 읽으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에녹의 아버지는 얼마를 살았을까요. 아버지 야렛은 162세에 에녹을 낳았고 그 후 800년을 더 살다가 962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창 5:20) 또 에녹의 할아버지 마할랄렐은 895세를 살고 죽었습니다.(창 5:17) 에녹의 아들 므두셀라 역시 969세까지 살았다고 말합니다.(창 5:27) 이들에 비하면 에녹은 겨우 그들의 3분의 1 수준의 생을 살았을 뿐입니다. 이 집안에서 365년 인생은 매우 짧은 생에 속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비록 에녹이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유일하게 그의 삶에만 이런 구절이 붙었다는 점입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 5:24)
이 말의 의미를 히브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믿음으로 에녹은 죽음을 보지 않고 옮겨졌으니 하나님이 그를 옮기시므로 다시 보이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는 옮겨지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았느니라”.(히 11:5) 즉 에녹은 이 세상에서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하늘로 들려 올려졌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에녹이 이런 축복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성경은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였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과 ‘동행(同行)’ 한다는 말은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걸으며 나의 마음속의 생각을 나누고 그분의 음성을 듣는 것입니다. 에녹은 이처럼 하나님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경외했기에 그의 언행심사는 늘 경건했고 품위가 넘쳤습니다. 에녹은 비록 세상에 발을 딛고 있었지만, 영원한 하늘나라를 사모하는 자로 살았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에녹의 일상은 예배자의 삶이었습니다.
에녹의 삶은 2024년 새해를 맞이하는 이땅의 그리스도인에게 다음의 두 가지를 교훈합니다. 첫째, 그리스도인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보다, 매일매일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지를 추구해야 합니다. 둘째, 그리스도인의 삶에는 특별한 것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이 땅에 태어나 먹고 살고 죽는 것 같지만, 우리의 삶에 한 단어만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삶이 됩니다. 바로 하나님과 동행입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함께할 때 우리의 일상은 의미가 생기며 특별해지고 놀라워집니다. 새해 하나님과 동행함으로 진주처럼 빛나는 하루하루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진미수 백석대 신대원 교수
◇진미수 교수는 현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중국 기독교 역사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백석대학교회(서울)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저술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는 ‘중국교회 삼자운동 발전사’(새물결플러스)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