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반적인 지방 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한 매우 한심한 상태”라고 공개 질타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봉쇄로 식량난이 더 악화되고 지방 경제가 파탄에 이른 현실을 시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24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업 수행을 놓고 일부 정책지도부서들과 경제기관들에서는 현실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말로 굼때고(대충 넘기고) 있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통신은 “묘향산 정치국 확대회의가 가지는 전략적 의의를 김 위원장이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평양 청사가 아닌 평안북도와 자강도 경계에 있는 묘향산에서 회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지방 발전을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 경제 개선을 위한 국가적 대책으로 ‘지방발전 20×10’을 제시했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주민들의 초보적인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는 북한 지방 경제가 매우 안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제재와 코로나 봉쇄가 계속되면서 자원 부족이 심화됐고 평양과 지방 간 격차가 커졌을 것”이라며 “그 차이가 너무 심각해져서 정말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단계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은 경제 성과를 내세워야 하는데 지방 경제가 파탄 수준”이라며 “더는 숨기거나 통계를 조작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중심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농촌 등 지방 경제 발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발언은 지방 인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본인이 농촌에 관심이 많다는 걸 부각한 의미가 있다“며 “정책 초점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바꾸는 프레임 전환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북한 미사일총국은 개발 중인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24일 첫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은 전날 오전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사실을 포착했는데, 북한이 하루 지나 불화살-3-31을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 1·2형’과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불화살-3-31 명칭에 ‘31’이 들어간 것을 보면 핵탄두 ‘화산-31형’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핵 탑재 여부, (폭파) 실험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박준상 권중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