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기름 빼돌려 18억 꿀꺽한 선장 일당

입력 2024-01-25 04:04
국민일보DB

외항선에서 18억원대 선박 연료인 해상유(벙커C유)를 빼돌려 농가를 중심으로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33회에 걸쳐 평택·인천항에 정박한 외항선에서 해상유 224 만ℓ(18억7000만원 상당)를 빼돌려 유통한 일당 36명을 절도·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해상유 절도를 맡은 절취책 선장 A씨와 운반책 기사 B씨, 불법저장소를 운영한 보관책 C씨 3명을 구속 송치했다.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절취·운반·판매책과 장물 취득자 D씨 등 33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해상유 공급업자였던 A씨 등은 외항선에 해상유를 급유하는 과정에서 선원들과 공모하거나 주문받은 만큼 주유하지 않는 수법으로 이를 빼돌렸다. 이후 농가·공장을 상대로 ℓ당 600~900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해상유를 불법 유통했다. 이들은 해상유의 화력이 다른 등유나 석유보다 월등히 좋다는 점을 악용했다. 현재 석유사업법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선박 연료는 해상에서만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기름을 빼돌려 불법으로 판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경기도 파주 소재 불법 저장소에 이들이 보관하고 있던 해상유 4만9000 ℓ를 압수했다. 이를 제외한 해상유가 화훼농가와 파프리카 농가, 주물공장 등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