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망간합금철 담합 과징금 철퇴 ‘소송전’ 번져

입력 2024-01-25 04:04
사진=뉴시스

망간합금철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기업도 있고, 포스코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해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업체도 있다. 이들 업체들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의 ‘갑질’에 ‘울며 겨자먹기’로 담합을 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을 향후 소송 과정에서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국민일보 2023년 12월 20일자 16면 보도 참조).

2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망간합금철 업체 심팩과 동일산업은 이달 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며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공정위는 망간합금철 4사가 대형 철강사의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305억3700만원을 부과했다. 망간합금철은 철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철강을 생산할 때 투입하는 필수 소재다. 그러나 공정위 내부에서조차 “무늬만 입찰 같다”, “구매 카르텔 아니냐”며 대형 철강사가 담합을 야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심팩은 고등법원에서 담합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부과액을 줄이기 위해 다툴 예정이다. 동일산업도 심팩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동일산업은 공정위 심사 단계에서 DB메탈이 주도하는 담합에 생존을 위해 가담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급과잉 등 합금철 산업의 구조적 문제, 포스코를 비롯한 대규모 발주처의 불합리한 입찰 구조 등으로 동일산업이 얻은 부당이득이 미미했다는 논리를 폈다.

DB메탈은 공정위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지 않는다. 대신 포스코가 예고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비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들 4사의 담합으로 인한 자사 피해를 공정위 과징금 305억원의 절반인 153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담합사들이 분담해 마련하거나 다른 해결책을 공동으로 마련해 제시하라고 통보했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DB메탈 측은 포스코의 청구액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적정한 수준인지 등을 법정에서 따질 계획이다. 이미 대형 법무법인과 대응팀을 꾸렸다.

하지만 담합 4사는 공정위나 포스코와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력이 아닌 ‘각자도생’하고 있다. 업체 간 신뢰를 잃어 공동 대응은커녕 일반적인 협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정 회사가 공정위의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리니언시는 기업이 불공정 담합을 했다고 자진 신고하거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4사 중 일부 업체의 법무 책임자, 고위 임원 등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DB메탈이 리니언시로 과징금을 대폭 감면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DB메탈 측은 리니언시 활용 여부를 묻는 말에 “공정위 조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소송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의 손해배상 청구 역시 이들 담합 4개사가 제기한 공정위 결정에 대한 2심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