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왔나?” ELS사태 토론회서 쫓겨난 KB국민은행 직원 [금융뒷담]

입력 2024-01-25 00:03 수정 2024-01-25 06:28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사태 문제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토론회장에서 KB국민은행 직원이 쫓겨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민은행은 8조원어치가 넘는 H지수 ELS를 팔아 은행권 내 잔액 비중이 가장 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기획조정부 직원 한 명은 전날 국회에서 양정숙(무소속) 의원실이 연 ‘금융 소비자 보호에 취약한 한국 금융의 과제와 대안’ 토론회장에 들어가려다 추방당했다. 이 직원은 입장 안내를 돕는 관계자에게 무심코 명함을 건넸다가 ‘국민은행 사람이 왔다’는 사실이 토론회 주최 측에 알려졌다.

앞서 주최 측은 국민은행 측 인사를 토론회에 초청해 원금 손실 투자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참여연대 간사 등과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 했다. 은행 측에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주최 측 고위 관계자는 현장에 온 직원에게 “이왕 온 김에 들어와 토론에 참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의원실에 용무가 있어 국회에 들렀다가 잠시 보러 온 것일 뿐”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주최 측은 논의 끝에 이 직원의 참관을 불허하기로 했다. 사회자는 토론회 시작 전 “현장에 있는 원금 손실 투자자들이 국민은행 직원의 참관을 원치 않는다. 당장 나가 달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이후 토론회는 국민은행 측의 참여 없이 진행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명함을 건넨 기획조정부 직원뿐 아니라 동료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공식적으로 부를 때는 거절하더니 2명이나 사찰하듯 따로 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획조정부는 일반 기업의 전략기획실 개념이라 경영진이 파견한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은행은 일찍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