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이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됐다.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구 종말 시계의 2024년 시점을 지난해처럼 오후 11시58분30초에 맞췄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 사용 우려가 고조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지구 종말 시계가 자정 90초 전을 가리킨 것이다. 자정은 지구 멸망의 시간을 뜻한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한 지구 종말 시계는 2019년까지 ‘자정 2분 전’이었지만, 가짜뉴스 폐해가 확산되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맞물렸던 2020~2022년 ‘자정 100초 전’으로 이동했고, 이제 10초가 더 줄었다.
BAS는 올해 지구 종말 시계를 설정한 근거로 핵 위협, 기후변화, 생명공학의 혁신,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지목했다. 특히 핵 위협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인도·파키스탄의 군비 경쟁과 더불어 북한을 지목하며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AS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핵 위협의 잠재적 요소로 지적하면서 “광범위한 중동 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지구 종말 시계가 지난해와 같은 시간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안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며 매우 불안정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와 지역사회가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한 행동에 조속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