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과 ‘1대 1 집중 상담’으로 맞춤형 자립 준비 지원

입력 2024-01-25 04:07
자립준비 청소년들이 경북 구미에 마련된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의 희망디딤돌경북센터에서 돈 관리 기술 ‘경제야 놀자’ 강의를 듣고 있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자립준비 지원 사업을 주거, 경제, 진로탐색, 심리정서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 제공

김모(25)씨는 원만하지 않은 가족관계 때문에 삼성희망디딤돌 경북센터에 입주해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얻게 됐다. 그는 입주 당시만 해도 가정환경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봤다. 눈맞춤조차 힘들어 대화에도 자신감이 없었다. 이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답답하다” “무시해서 늦게 대답하는 거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뇌파검사를 통한 심리검사와 상담, 미술심리상담, 스피치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지역 멘토사업과 바람개비 서포터즈 사업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으로 진화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 간의 소통과 교육을 통해 함께 밥 먹고, 같이 노래 부르고, 고민을 나누는 사람이 생겨 감사함을 일깨울 수 있었고 마침내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모(21·여)씨는 처음 생활관 입주 당시 잦은 자해 시도로 팔목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학업에 대한 욕구는 있었지만 원하던 진로와는 다른 학업을 진행하던 그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의 맞춤형 사례관리를 통해 다양한 자립 체험과 프로그램들을 접하면서 놀랍게 변화됐다. 뇌파검사를 통한 심리검사와 상담, 미술심리상담 등에 참여하면서 심신이 함께 치유됐다. 현재 그는 본인이 원하던 학과에 진학해 유치원 선생님을 꿈꾸며 과대표 업무를 수행할 정도로 성장했다. 바람개비 서포터즈에 참여하면서 멘토로서 후배 멘티들에게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선배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는 “경북자립지원센터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다. 센터는 저에게 빛”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자립준비 청년들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의 지정기탁을 받아 지난 2022년 4월 경북 구미시에 희망디딤돌경북센터를 열었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에서 보호 종료가 된 후 5년 이내 자립준비 청년들에 대한 사후관리, 맞춤형 사례관리(자립지원 통합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또 자립교육·체험 등 자립지원 프로그램 개발·운영, 지역사회 자원 발굴·네트워크 구축, 희망디딤돌사업(개별 주거공간 제공, 자립역량 강화) 등을 수행하고 있다.

희망디딤돌경북센터는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오피스텔 건물 내에 운영된다. 이곳은 자립생활관 25실과 자립체험관 5실을 갖췄고 2022년 12월 경북도로 기부채납돼 희망디딤돌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자립생활관은 자립준비 청소년들이 최대 2년간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다. 자립체험관은 앞으로 보호가 종료될 만 15~18세 청소년들이 일정 기간 거주하며 자립생활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자립생활관과 자립체험관에는 각종 가전제품, 주방용품, PC, 가구 등이 갖춰져 있다.

센터 담당자들은 청소년들과 일대일 집중 상담을 통해 맞춤형 자립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해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다. 센터 운영은 경북아동복지협회에서 맡고 있다.

특히 1인 생활실 지원, 취업·생활·재정관리 등의 맞춤 관리를 제공하는 자립생활 사업,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자립준비 사업, 자립을 미리 경험해 보는 자립체험 사업을 진행한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다른 시·도와는 차별화된 자립준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자립준비 지원 사업을 주거, 경제, 진로탐색, 심리정서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이들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 1000만원은 4개 영역의 교육을 제대로 이수해야 지급한다. 정착금도 한꺼번에 전액 지급하지 않고 500만원씩 나눠서 지급한다. 우선 4개 영역의 교육을 이수해야 1차 정착금 5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500만원에 대한 사용 내역서를 제출하고 심화교육을 받아야 2차 정착금 5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1000만원이라는 정착금의 액수가 많은 탓도 있지만 한꺼번에 지급하면 남자는 중고차량을, 여자는 명품가방 등을 구입하는 등 낭비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정착금이 지급된 사실을 알고 이를 가로챈 경우도 많아 자립지원 전담기관 관계자들이 고민 끝에 이 같은 대안을 마련했다.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역 내 전문 현직자들과 자립준비 청년들의 일대일 연계 사업인 희망드림멘토단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의 심리·정서적 지지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프로그램에 멘토와 멘티가 참여해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도 이뤘다.

이와 더불어 자립준비 교육, 자립체험 프로그램 운영, 멘토 연계 사업, 자립선배 멘토 만남 ‘자립캠프’(우리끼리), 홀로서기 자립 동기부여 ‘견학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사업들을 발굴·개발하고 운영해 자립준비 청년들의 실질적인 자립을 유도하고 있다.

최낭영 경상북도자립지원전담기관 사무국장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준비 청년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편견을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립준비 청년들이 집단생활에서 독립하게 될 때 해방감은 잠시뿐이고 고립감과 소외감이 가장 큰 장벽임을 감안해 심리·정서적 지지 체계로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자립준비 청년들을 위한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