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6개 법인의 대표 A씨와 부인 B씨를 부실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부부가 명의 변경을 목적으로 개인 자금을 법인으로 이체했다고 판단하고, 2021년 상반기부터 A씨 사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부부는 무역 관련 법인을 이용해 2016년부터 총 500억원 상당의 주택 300채를 매수했다. 주로 지방 소재 1억원대 혹은 1억원 미만 부동산들이다. 경찰은 부부가 법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부부가 대표로 있는 법인 대부분은 유령법인으로 파악됐다. 한 법인은 애초 사업목적이 식품운반업, 식품 냉동·냉장업 위주였으나 2019 년부터 부동산매매, 컨설팅, 개발, 입대사업, 해외부동산매매업 등이 추가됐다.
이들이 개인 명의로 매수한 주택도 수십채에 달한다. 부부는 서울을 비롯해 대전과 울산, 부산, 수원, 인천, 창원 소재 아파트 35채를 개인 명의로 매수했다. 부동산 매수는 대부분 갭투자 방식을 썼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절세와 대출 목적으로 법인을 여러 개 세웠다고 밝혔다. 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차인이 없으므로 전세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주택 300채에 부과된 종부세 수억원도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인이 자기자본 자료 및 사업실적을 제출하고 일정 심사를 거친 뒤 주택을 거래할 수 있는 ‘법인 거래 허가제’ 시행을 통해 갭투자와 전세사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인 거래 허가제를 시행하고, 실적 없는 유령 법인의 과도한 주택 매입을 검찰이 선제적으로 들여다보면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몇 채 이상은 매수 금지라고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개인이나 법인의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온라인 공개 의무화를 추진해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 보유 현황 공개를 통해 정부가 법인 혹은 개인이 무분별하게 주택을 매수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취지다.
무분별한 갭투자를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갭투자 예방법’이라고 불리는 ‘과잉대출 및 불공정대출 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여야가 4월 총선전에 돌입하면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