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61·사법연수원 17기)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첫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도 올랐을 만큼 윤 대통령이 믿고 의지하는 선배 검사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표출 이후 법무·검찰 조직을 다잡기 위해 장관 인선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공직생활 내내 엄정한 성품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원칙에 기반하여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분”이라고 후보자를 소개했다. 브리핑에 함께한 박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법 집행과 국민의 생활 안전,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보다 연수원 6기수 선배지만 나이는 윤 대통령이 세 살 많다. 윤 대통령이 검사 생활을 시작한 대구지검에서 함께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당시 대구고검장을 지냈다. 성품이 강직하고 안정적인 조직관리 능력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웠다.
법조계에서는 이노공 전 차관 사퇴 후 신임 차관, 대검 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인사가 잇따라 이뤄지고 곧바로 장관이 지명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위원장과의 갈등 분출 후 윤 대통령이 법무·검찰 조직 동요를 막기 위해 조직 장악력이 강한 박 후보자 인선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 후보자는 기수도 높고 별다른 정치적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법무부와 검찰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인사가 앞당겨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자는 이원석 검찰총장과도 근무 연이 깊다. 박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2006년), 제주지검(2011년), 창원지검(2012년)에서 근무할 때 이 총장과 근무지가 겹쳤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 당시 이 총장이 박 후보자 휘하에서 근무했다. 게다가 이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10년 높아 박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법무부 장관의 그립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제는 기관장 대 기관장인데 이 총장이 박 후보자 그늘에 가려질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박 후보자의 강직한 성품을 고려할 때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도 대통령실 뜻을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일찍 하마평에 올랐음에도 장관 인선이 지연된 것을 두고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고민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후보자가 이끄는 법무부는 ‘한동훈 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함께 손발을 맞출 심우정 차관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일 처리로 정평이 난 데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사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