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은 충족할 수 없는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해 온 기업이 ‘고용상 성차별’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는 남녀에게 같은 승진 규정을 적용한 듯 보이지만 여성은 달성할 수 없는 기준을 둔 ‘간접 차별’ 사례에 대한 경고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기계 제조·판매기업인 A사에 고용상 성차별이 있었다고 보고 “60일 이내로 승진심사를 다시 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시정명령이다.
A사는 국내사업본부에 직접 영업활동을 하는 영업관리직과 세무·회계 등을 담당하는 영업지원직을 두고 있다. 영업관리직은 모두 남성, 영업지원직은 모두 여성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 과장급 승진심사에서 영업관리직 남성 3명 중 2명이 승진하고 영업지원직 여성 2명은 모두 탈락했다.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직군에서 충족할 수 없는 ‘매출점유율’과 ‘채권점유율’이 승진 기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승진에서 탈락한 여성 직원 2명은 해당 부문에서 모두 0점 처리됐다. 이들은 승진한 남성 직원보다 3년간 인사평가 평균 점수가 같거나 더 높았고, 경력도 더 길었다.
중노위는 A사가 승진과 관련한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을 남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나 승진심사에서는 여성이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을 적용했다고 봤다. 실제 A사의 국내사업본부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리급에서 과장급으로 승진한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A사는 “입직 경로 차이, 업무 확장성 등 차이로 (승진 탈락 직원이) 고급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탈락한 여성 직원과 비슷한 시기에 고졸로 입사한 남성도 과장급으로 승진한 점, 과장급으로 승진한다고 해서 모두 관리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 중노위는 차별이 맞는다고 결론 내렸다.
성차별 시정제도로 시정명령이 확정되면 노동관서가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사업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노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