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예배당 수리 어쩌나… 특별 헌금 기대 말고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을

입력 2024-01-24 03:01

인천 남동구 A교회 예배당은 1990년대 초반 지어진 건물이다. 교회가 부흥하던 시기에 지은 예배당엔 13인승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 교체 견적을 받은 교인들은 5000만원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 이후 헌금 수입도 줄어든 상황이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던 교회는 교체 시기를 미뤘고 승강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교인은 늙고 예배당은 낡아간다. 교회 건물이라고 해도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구되는 수리 비용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아파트나 상가들이 장기수선충당금을 따로 확보하는 것도 미래에 발생할 건물 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 계획에 따라 공동주택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에 필요한 금액을 말하는데, 교회에서도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전에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승강기는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대표적 시설이다.

현행 관련법령에 따르면 2019년 3월 개정된 승강기안전관리법은 15년 넘은 노후 승강기에 대한 3년 주기 정밀안전검사를 의무화했다. 낡은 승강기를 운영 중인 교회는 세 번째 정밀안전검사 전까지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더이상 승강기 사용이 불가능하다. 2년 뒤인 2026년이면 개정 이후 최초로 3차 정밀안전검사 시기가 도래한다.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면 교체 혹은 8대 안전부품을 추가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상당한 비용이 든다.

비용 문제를 만나면 적지 않은 교회가 ‘은혜’에 기대는 방식을 택한다. 특별 헌금을 요청해 쓸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직업, 교회 관리직’(북랩)의 저자로 20년 넘게 서울의 3개 교회의 관리직을 지낸 이용신 집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대형교회는 장로님들이 감가상각을 계산해 수리비용을 적립하기도 하지만 상당수 교회들이 성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수리 후 대출을 받는다”며 “결국 교인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승강기만이 아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교회(임철수 목사)는 지난해 냉난방 실외기와 방수 전기 소방 등 여러 시설에서 고장이 발생했다. 임철수 목사는 “새 예배당을 지은 지 13년 지났는데 지난해 유독 문제가 많았다. 지출한 관리비만 1억6000만원”이라며 “교회 규모에 비교해 큰 금액이라 교인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미아동교회 당회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에 300만원씩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기로 했다.

일부 시설은 관리만 잘해도 사용 연한을 늘릴 수 있다. 뉴질랜드 장로교회는 이 점을 고려해 교단 차원의 관리지침을 만들어 회원교회들이 지키도록 권유한다. 이 집사는 “우리나라도 교회 관리 안내서가 있으면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며 “지침에 따라 전기 가스 등 각종 안전점검 주기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