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은 목회자 부부, 서로 마음을 읽다

입력 2024-01-24 03:03
더블리스 참가자들이 22일 전남 구례의 한 호텔에서 부부끼리 모여앉아 한 손으로 귤을 까는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몇십 년간 함께 사역해 온 목회자 부부라도 서로 꺼내지 못한 갈등과 상처가 있을 수 있어요.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위해 용기 내어 자신의 환부를 드러내고 치유를 위한 소통을 해야 합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선교운동단체인 알파코리아 대표 구동휘 목사는 23일 전남 구례군의 한 호텔에 모인 목회자 부부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더블리스(The Bliss·큰 기쁨)를 시작했다.

더블리스는 알파코리아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부부학교 ‘메리지코스’(7주 과정)를 목회자 부부를 위해 사흘 과정으로 압축한 부부 관계 회복 프로그램이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관계 회복을 지향하는 메리지코스에는 비기독교인도 참여할 수 있다. 2021년 말 시작한 이 코스에는 그동안 630여 커플이 수료했으며 이 가운데 목회자 커플은 22% 정도(140여 커플)에 달한다.

전날 시작된 프로그램 참석자는 11쌍의 목회자 부부였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제작한 영상을 시청한 뒤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내가 당신에게 끌렸던 점’ ‘내가 생각하는 당신의 정서적 욕구’ ‘당신에게 받았던 선물 중 가장 기뻤던 것’ 등 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따라 저마다 대화했고 소통법을 배워나갔다.

결혼 19년 차 부부인 윤인선(47) 김하라(46)씨는 교회 내 부부 세미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더블리스에 참가했다고 했다. 전주 전성교회에서 목회하는 윤 목사는 “7년 연애 후 결혼한 만큼 서로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깊이 있는 주제로 대화하니 서로를 더 잘 알고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다른 부부학교와 달리 소그룹 대화 시간이나 발표 시간이 없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지금 시무하는 교회에 3040세대가 많은데 우리 교회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 목사는 “목회자가 더블리스나 메리지코스를 직접 들어보고 교회에 이를 도입하려는 분들이 적지 않아 교육과정 마지막엔 ‘운영자 교육’ 시간을 마련했다”며 “강의가 영상으로 진행되니 목회자가 직접 진행하기에도 부담이 적고 평신도 리더가 진행하기도 좋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부부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이웃에게도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구례=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