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최연소 대통령, 최연소 총리 기록이 최근 연달아 깨지는 등 ‘젊은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 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지도자들의 평균연령은 62세다. 각국 지도자 연령 분포를 보면 60대가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50대가 22%, 40대와 70대가 각각 18%로 뒤를 잇고 있다. 80대는 5%에 불과하다. 범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민주주의 국가로 좁히면 최고위직 평균연령은 더 낮아진다. 1950년 60.2세에서 2020년 55.5세로 낮아졌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정부 수반의 평균연령이 1950년 이후 10년마다 약 1.1세씩 감소한 결과다.
에콰도르 대통령 37세 최연소
현직 정부 수반 중 최연소는 다니엘 노보아(37) 에콰도르 대통령이다. 1987년생인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6세로 대통령에 당선돼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는 가브리엘 보리치(38) 칠레 대통령과 야코브 밀라토비치(38) 몬테네그로 대통령이 가장 젊은 지도자로 기록돼 있었다. 최고령 지도자는 1933년생으로 40여년 전 취임한 카메룬의 폴 비야(91) 대통령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1989년생 가브리엘 아탈(35) 전 교육부 장관이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아탈 총리만 젊은 게 아니다. 극우 야당인 국민연합 당수로 아탈의 정치적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조르당 바르델라는 무려 28세다. 에마뉘엘 마크롱(47) 프랑스 대통령도 2017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39세로 최연소 대통령 기록을 깬 바 있다.
젊은 지도자 열풍은 유럽 전체에서 거세다. 유럽의회의 경우 평균연령대가 53세다. 60세 이상이 20%에 불과한 반면 50세 이하가 44%를 차지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최고령 지도자는 올라프 숄츠(66) 독일 총리이고, 최연소는 리오 버라드커(45) 아일랜드 총리다.
주요 20개국(G20) 소속 정상들의 평균연령은 62세다. 이 중 유럽 국가 정상들을 제외하면 평균연령은 65세로 높아진다. 최고령은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 최연소는 무함마드 빈 살만(39)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다. 70세 이상은 6명(26%), 50세 미만은 5명(21%)이다.
지도자가 ‘여성’일 경우 연령대 더 낮아
국가 지도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평균연령대가 더 낮아진다. 현재 여성이 최고 지도자인 국가는 13개국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평균연령은 57세로, 남성이 정부 수반을 맡고 있는 나라보다 6세 더 젊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47), 에스토니아의 카야 칼라스(47), 아이슬란드의 카트린 야콥스도티르(46), 세르비아의 아나 브르나비치(49),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47) 총리 모두 40대 여성 지도자다. 코소보의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인 비오사 오스마니도 42세다. 지난해 직을 잃은 산나 마린 전 핀란드 총리는 2019년 취임 당시 34세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부 수반의 나이는 해당 국가의 자유도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유가 덜 보장된 국가일수록 지도자의 나이가 많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자유롭지 않은 국가로 분류한 나라의 지도자 평균연령은 69세였다. 부분적으로 자유롭다고 분류한 국가는 61세, 자유롭다고 분류한 국가는 58세로 나타났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유롭다고 간주되는 국가는 부분적으로 자유롭거나 자유롭지 않은 국가보다 국민 평균연령에 가까운 지도자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최고령자 대결’ 미국은 예외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선 고령의 현직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자유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들 중 80대 이상의 지도자가 있는 2개국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83세의 하게 게인고브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미국에선 고령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크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대통령 출마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68%는 75세 이상인 대선후보에 대한 정신적 역량 테스트 실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후보들의 ‘인지능력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뉴햄프셔주 유세 때 2021년 ‘1·6 의회 폭동’ 사건을 거론하면서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여러 차례 혼동하며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전직 장군’ 등으로 불렀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혼동하기도 했다.
미 일리노이대학의 노인학자 제이 올샨스키는 “단기기억력 등 정신 능력은 노화함에 따라 일반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면서도 “대선후보 출신 등 정치인들은 특권층 출신인 경향이 있고, 이 덕분에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올샨스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2기 완주 가능성이 75%에 가깝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같은 나이의 평균적인 남성보다 10% 정도 생존율이 높은 것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