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애플의 아이폰에서 작동하는 사내 메신저를 개발하고도 8년 동안 활용하지 않고 있다. 당시 삼성그룹은 아이폰 이용 임직원 배려 차원에서 개발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배려를 받은 계열사는 개발사인 삼성SDS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삼성 임직원 사이엔 공식적인 지침은 아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이 자사 휴대폰을 사용하는 탓에 자연스럽게 아이폰 등 타사 제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
여기엔 삼성그룹 사내 메신저 ‘스퀘어’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적용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지원하는 점도 한몫했다.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사내망에 접속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삼성전자 휴대폰을 써야했다. 이에 아이폰 이용자가 업무상 불편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삼성전자로 갈아타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2016년 아이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iOS 버전 스퀘어를 출시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 등에서 아이폰을 활용하는 임직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임직원을 배려한 조치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현재 스퀘어의 iOS 버전은 개발사인 삼성SDS에서만 유일하게 쓰이고 있다. iOS 버전이 출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여전히 아이폰으로 사내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다. 표면적인 이유는 각 삼성 계열사가 삼성SDS로부터 iOS 버전 스퀘어를 구매하지 않아서다. 계열사마다 IT 제품 사용 여부 등을 총괄하는 ‘정보전략’ 조직이 있는데, 이곳에서 삼성SDS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S 관계자는 “고객사가 비용을 내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며 “각 사가 보안 등 여러 사항을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