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이 지방 경제를 ‘충전’하고 있다.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이 비수도권에 생산거점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코프로 직원 3362명 가운데 지방에 주소지를 둔 직원 수는 총 3017명으로 전체의 90%에 달했다. 단순히 수도권에 살던 사람들이 회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주소지를 옮긴 게 아니다. 전체 직원 중 비수도권 대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이 전체의 85%(2867명)다. 포항에서 고용한 인력의 95%도 지방대 및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다.
에코프로는 서울로의 상경이 부담스러운 비수도권 인재 중 양질의 인력을 최대한 확보해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수도권 청년들은 반도체 산업단지가 있는 경기도 남부 아래 지역으로의 취업을 기피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에코프로는 양질의 지역인재 확보를 위해 지방대 대상 채용설명회, 산학협력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지역 근무 직원들에게는 주거비 지원 등 재정적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22일 “지역사회에서의 소비 진작 효과를 고려해 기숙사 제공 대신 주거비 지원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대기업이 지역에서 활동하면 인구 유입 효과를 낸다. 지난해 10월 대한상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기업의 생산거점이 자리한 충북 청주의 2011~2022년 연평균 인구 증가율은 2.3%로 전국(0.1%)과 수도권(0.4%)의 증가율을 모두 웃돌았다.
인구 유출로 골머리를 앓았던 포항과 군산(새만금)도 이차전지의 허브로 떠 오르면서 부활하고 있다. 포항이 속한 경북의 상용근로자 수는 2020년 63만8400명에서 지난해 65만500명으로 늘었다. 상용근로자 수는 양질 일자리의 척도로 여겨진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포항 인구는 포항제철이 들어선 1968년부터 매년 빠르게 증가하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했고, 2015년 51만960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2년부터는 50만명을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에코프로 3조원, 포스코퓨처엠(화유코발트합작법인 포함) 2조5000억원, SK에코플랜트 1조5000억원 등 총 7조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포항 지역사회는 활기를 띠고 있다.
새만금도 지난해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부흥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특화단지 지정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생산액 8조5000억원, 부가가치 2조7000억원, 고용 유발 효과 3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기업들이 비수도권에 자리 잡으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도 “해당 지역 인구의 절대적 부족으로 늘어날 일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어 이민, 청년 유인책 등 노동력 확보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